‘외나무 결투’ 이세돌이 웃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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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최강자끼리의 대결인 3회 비씨카드배 결승전에서 이세돌 9단이 6일간의 혈전 끝에 3대2로 극적인 승리를 거둔 뒤 환하게 웃고 있다. [한국기원 제공]


후퇴를 모르는 이세돌 9단의 투혼에 중국 최고의 명장 구리 9단도 끝내 바람 앞의 촛불처럼 흔들리고 말았다. 4국까지는 2대2로 팽팽했으나 최종국은 달랐다.

이세돌 9단이 28일 열린 제3회 비씨카드배 월드바둑챔피언십 결승 5번기 최종국에서 구리 9단을 꺾고 3대2로 대회 2연패에 성공했다. 207수 흑 불계승. 우승상금은 3억원(준우승 1억원). 23일부터 6일 동안 단 하루 쉬고 격전이 이어졌다. 대국을 모두 끝낸 가냘픈 체구의 이세돌은 오직 두 눈만 살아 있는 듯 보였다.

 이세돌 9단은 1국부터 이어온 강수 일변도의 페이스를 최종국에서도 끝끝내 밀고 나갔다. 그 투혼에 질린 듯 구리는 터무니 없는 실수를 범하며 스스로 무너졌다. 전열을 재정비한 구리의 반격으로 바둑은 한때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으나 최후의 승부처에서 이세돌 9단의 집중력이 빛을 발했다. 마지막에 1집반 정도로 차이가 결정되자 구리는 던질 곳을 찾아 항서를 썼다. 두 기사가 한국과 중국을 대표한다는 점에서 이번 비씨카드배 결승전은 바둑사에 기록될 중요한 일전이었다. 한국은 조훈현 9단 대 녜웨이핑 9단, 이창호 9단 대 마샤오춘 9단, 이창호 9단 대 창하오 9단 등 한·중 정상 대결에서 모두 승리했고 여기서 패배한 녜웨이핑과 마샤오춘은 크게 상처를 입은 나머지 일찌감치 무대 뒤로 사라지고 말았다. 이번 이세돌 대 구리의 대결도 지는 쪽은 큰 상처를 피할 수 없는 ‘위험한 대결’로 꼽혔다. 한·중 양국의 바둑 팬들은 28세 동갑내기에다 상대 전적도 13승13패로 똑같은 두 라이벌의 외나무 대결에 관심을 집중시켰다(비씨카드배 1회 대회는 구리가, 2회 대회는 이세돌이 우승했다).

 이런 분위기를 누구보다 잘 아는 두 기사는 1국부터 광풍노도의 결전을 전개했다. 3국에서 이세돌은 불리한 바둑을 역전시켜 반 집 승을 거둔다. 결승전 5국을 모두 돌아볼 때 이 반 집이 결국 승부를 가른 분수령이 됐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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