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화가 ‘땅값 平準化’ 재촉…제주도·서해안·강원도에 관심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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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을 바로 보는 시각도 이젠 21세기형으로 조정해 보자. 디지털 시대에는 전국의 땅값이 평준화될 수도 있다고 하지 않는가. 서울과 강원도 산간 오지의 땅이 같을 수 있다는 분석은 결코 허황되지 않다. 3백개가 넘는 기업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는 발행시장도 눈여겨 보자. 잘만 고르면 곳곳에 ‘대박’이 숨겨져 있다는 게 전문가의 분석.

새해, 새로운 세기, 새로운 천년이 왔다. 새로운 밀레니엄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패러다임이 지배할 정보문화의 시대가 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마치 인류가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로 전환해 새로운 문명을 낳았듯이 그것보다 더 큰 변화의 새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기대를 품고 있다. 빌 게이츠와 손정의가 지배하는 사회, 창의적 지식이 돈이 되는 사회, 지식정보문화가 큰 돈을 버는 사회가 그것일 것이다.

그렇다면 그러한 21세기에도 땅은 유효한가? 재산가치로서, 재테크의 수단으로서, 상품으로서, 땅은 그 가치를 지닐 것인가? 아니면 땅은 지나간 시대의 유물로서 아무런 가치가 없을 것인가?

결론부터 말하면 필자는 땅은 21세기에도 여전히 유효하다고 말한다. 중세 로마시대에 유효했듯이 문명이 바뀌는 새로운 시대에도 땅은 인류의 재산가치로서 그 가치를 상실하지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우리는 지금 ‘도시 유목민’이라는 사실이다. 땅이 없으면 지식과 정보와 문화를 꽃피울 근거를 마련할 길이 없다. 맬더스는 인구론에서 인구와 식량과의 관계를 밝혔다. 그러면 이제 세계인구 1백억명이 되는 세기에, 남북 인구 1억명이 되는 세기에 한반도에서는 인구와 땅과의 이론, 즉 ‘인구는 늘고, 땅은 줄어드는’시대의 새로운 땅 이론이 나올 법도 하다.

21세기 땅에 대한 필자 생각은 이렇다. 정보문화의 새로운 문명의 패러다임 아래서는 땅은 산간벽지나 절해고도(絶海孤島) 할 것 없이 고루 그 가치를 지니게 된다. 한 마디로 죽은 땅이 살아나고, 땅의 평준화가 재촉받게 될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개발지역을 중심으로 요지가 인기지역으로서 땅값이 금값이 되는 현상이 일 것이다.

하지만 한 세기를 두고 중장기적으로 길게 보자면 땅은 새로운 문명의 패러다임, 즉 인터넷 시대의 정보문화의 교류에 따라 친환경적이고, 풍광이 아름다운 지역의 땅이 각광받을 것이다. 따라서 새로운 세기에는 땅을 통한 재테크는 두 가지 접근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다. 하나는 20세기에서 젊음을 보낸 기성세대는 서울과 수도권의 인기지역에 땅 투자를 계속해 재산을 불려나가는 방법이 유효하다. 그리고 21세기에 그의 젊음을 보낸 21세대(21세기에 인생의 황금기를 보낼 세대)는 인터넷에 의한 거리개념의 소멸로 재택근무가 늘어날 혁명적인 변화에 맞추어 미리(적어도 20~30년 앞서서) 조용하고, 경치가 좋고, 공기가 맑은 강원도와 서해안 일대의 땅이 요지가 된다는 점을 인식해 지금 값싼 땅을 구입하는 것이다.

우리말에 상전벽해 (桑田碧海)라는 속담이 있다. 글자 그대로 뽕밭이 푸른 바다가 된다는 말이다. 21세기는 ‘귀거래사’의 시대가 될 것이다. 왜냐하면 디지털 혁명에 의한 거리개념의 소멸로 인터넷이 통하는 숲속이든, 바닷가든, 동굴 속이든 어디서나 사람들과의 교류, 거래, 대화, 진료가 이루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지난 20세기 말에 핸드폰으로 대화할 때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는, 아주 자유로운 경험을 만끽한 바 있다. 21세기에는 컴퓨터 키보드만 두드릴 줄 알면 되는 인터넷의 생활화가 이루어질 것이다. 인터넷은 어느 동화작가가 쓴 대로 집집마다 ‘제2의 백설공주 의붓엄마의 거울’이 될 것이다.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인터넷이라는 거울에 물어보면 된다.

이러한 새로운 문명 아래서는 앞서 말한 대로 과도기적이고 단기적 의미인 아날로그의 땅, 즉 대도시와 개발지역의 요지가 여전히 인기 투자지역이 될 것이다. 신문명적이고 장기적인 의미인 디지털의 땅, 즉 특정한 장소의 구분없이, 그러나 인터넷이 가능한, 그리고 구입자의 마음에 드는 땅도 결코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

필자에게 굳이 물어본다면 단기적인 아날로그의 땅은 서울, 수도권, 대도시 일원을, 장기적인 디지털의 땅은 제주도, 서해안, 강원도, 소도시 일원을 들겠다. 귀거래사를 부르며, 음풍농월하면서 자기일 하는 시대, 도시 유목민을 벗어나 초원의 집으로 돌아가는 시대의 땅 부자를 적극 생각해 봄직하다. 21세기의 상징, 인터넷은 곧 in the net이다. 우리는 모두가 정보문화의 한 그물에 걸려 있다는 말이다.

문의 02-538-8284, 전자우편 srcon@chollian.net

김양석 중앙부동산연구소 소장
이코노미스트 520호제 520호 2000.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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