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과 나눠야 할 빵, 우리 위해 사용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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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부활절을 맞아 24일 서울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와 한국기독교총연합회의 연합예배가 열렸다. 다문화가정 교인들이 고국의 전통의상을 입고 예배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24일 부활절을 맞아 전국의 교회와 성당에서 부활절 예배와 미사가 일제히 열렸다.

 이날 오전 5시 서울 여의도 순복음교회에서 ‘2011 한국교회 부활절 연합예배’가 진행됐다. 한국 개신교의 양대 단체인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가 2006년 시작해 올해로 여섯 번째 공동주최한 이번 연합예배의 주제는 ‘부활, 새로운 시작’이었다. 최근 불거진 한기총 사태와 일부 대형교회의 분란 등 개신교계 내부의 회개와 자성을 겨냥한 주제이기도 했다.

 설교자로 나선 이신웅 목사(신길성결교회)는 “세상을 선도하고 희망을 줘야 할 교회가 오히려 내부 문제로 실망과 걱정을 끼치고 하나님의 영광을 가로막았던 것을 부인할 수 없다”고 지적한 뒤 “하나님 안에서 십자가와 부활의 죽음으로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도를 맡은 정성진목사(거룩한빛광성교회)는 “매를 맞고서야 허물을 깨닫는 어리석은 저희가 용서를 빕니다. 이웃과 나눠야 할 빵과 포도주를 우리를 위해 사용했습니다”라고 고백했다.

 이날 낮 12시 서울 명동성당에선 정진석 추기경(천주교 서울대교구장)이 주례하는 예수부활대축일 미사가 열렸다. 정 추기경은 부활 메시지에서 “부활을 맞이하며 분명히 깨달아야 할 것이 있다. 죄와 죽음의 세력을 극복한 부활의 기쁨이 저절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 인생에서도 좋은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노력과 희생의 과정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정 추기경은 또 “교회가 말로만 믿음을 외치고 자신만의 이기적인 안위와 이익만을 꾀할 때 더 이상 존재의 의미를 상실하게 된다. 우리 신앙인은 종교가 행복과 화해의 도구가 아니라 분열과 불행의 주체가 되는 것이 안타깝다는 사회 일각의 지적을 깊이 반성해 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부산·광주 등 전국의 7개 대도시에서 부활절 연합예배가, 1600여 천주교 성당에서 일제히 부활미사가 거행됐다.

백성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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