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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돌〉이 애니로 돌아온다

중앙일보

입력

아랫턱을 덮고도 남는 긴 윗턱, 펑퍼짐한 코, 그 아래 달린 우스꽝스런 수염, 원시시대를 배경으로 수시로 등장하는 돌도끼와 멧돼지…. 이쯤 되면 떠오르는 만화가 하나 있다. 〈고인돌〉 .박수동 원작의 만화 〈고인돌〉 이 비디오용 성인 애니메이션으로 돌아온다. 박재동 화백이 이끄는 오돌또기와 서울애니메이션의 공동기획으로 다음달 10일 선보인다.

국내에선 지난해 '누들누드' 의 성공으로 성인 애니메이션에 대한 관심이 한층 높아졌다. 그런데 '성인용 애니메이션에 하필 왜 고인돌이지□' 하는 의문도 든다. 하지만 만화 〈고인돌〉 의 역사를 따져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고인돌〉 이 처음 등장한 건 1974년. 주간지 '선데이 서울' 에 연재를 시작하면서부터. 지금은 '고전' 이 됐지만 당시엔 외설시비로 도마에 오른 문제작이었다. 교실에서 학생들이 숨겨가며 돌려본다는 사실도 시비의 이유가 됐다. 성에 대한 사회적 통념이 보수적이던 때라 특유의 해학이 왜곡돼 받아들여진 것이다. 이번에 팬들을 다시 찾을 애니메이션 〈고인돌〉 에선 지금 우리 정서에 맞는 유머로 성 해학을 아기자기하게 풀어간다.

이 작품에서 눈여겨볼 것은 '선(線)' 이다. 성냥개비에 잉크를 찍어 단숨에 그리는 박수동 화백 특유의 '성냥개비 기법' 을 그대로 살렸다. 박화백은 "성냥개비로 그리는 선이 펜으로 처리하는 것보다 훨씬 자유스럽고 맛깔스럽다" 고 설명한다. 작고한 문학평론가 김현씨도 "만화 〈고인돌〉 의 선이 한국의 초가집처럼 부드럽고 억세지 않아 좋다" 고 평한 적이 있다.

또 단순한 선 몇 개로 인물들의 표정을 살아 꿈틀거리게 하는 실력도 놀랍다. 선 하나,점 하나에 따라 인물들의 희로애락이 시시각각 달라진다. 캐릭터들의 표정연기가 다양하단 얘기다.

우선 1차 출시분은 열 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된다. 〈고인돌〉 은 이후에도 시리즈로 계속 제작된다. 때문에 캐릭터의 성격을 고정화할 생각이다. 미스터 고.인.돌과 미스 오.육.팔 등, 고인돌 마을에 살고 있는 원시시대 청춘 남녀들은 나름의 캐릭터를 가지고 있다. 예를 들어 '미스터 고' 하면 여자만 보면 추근대는 캐릭터, '미스 오' 하면 밤에 큼직한 돌멩이를 배 위에 얹어 놓아야 잠이 오는 캐릭터, 미스 팔은 무쇠팔 무쇠다리, 이런 식이다. TV 시트콤의 기본 전법을 그대로 적용한 셈이다.

음악도 눈에 띈다. '짬뽕' 으로 유명한 인디 그룹 '황신혜 밴드' 가 주제곡 '으랏차차 고인돌' 을 맡았다. 이밖에 트로트에서 테크노까지 에피소드의 상황과 어울리는 다양한 곡들이 배경음악으로 깔린다.

70년대 헌 책방을 뒤져가며 찾았던 자니 하트의 만화에서 배경을 원시시대로 처리하면 좋겠다는 아이디어를 얻었다는 박수동 화백은 " 〈고인돌〉 의 매력은 한국적 정서와 유머" 라며 "애니메이션에서도 이 부분이 고스란히 살아나길 바란다" 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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