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카드 거래내역 일부 완전히 날아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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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관 농협중앙회 전무가 22일 서울 충정로 농협중앙회에서 열린 중간 브리핑에서 “이번 전산 장애에 대한 책임을 지고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밝힌 뒤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농협카드 고객의 거래내역 일부가 완전히 사라진 것으로 확인됐다. 22일까지 끝내겠다던 전산망 완전 복구는 또다시 미뤄졌다. 이재관 농협 전무이사는 이날 사태의 모든 책임을 지고 최원병 회장에게 사직서를 제출했다.

 김명기 농협정보시스템 대표는 22일 기자회견에서 “인터넷·모바일을 이용한 신용카드 거래내역이 시스템에서 사라졌고, 종이로 남아있는 자료도 없다”고 밝혔다. “여전히 찾고 있다”고는 했지만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농협 안팎의 진단이다. 한애란 기자

김명기 농협정보시스템 대표는 “4월 말까지는 인원을 집중 투입해서 데이터를 찾되, 안 되면 (그로 인해 발생하는 손해는) 농협이 감내하겠다”고 말했다. 일부 데이터의 유실이 현실적으로 불가피하다는 점을 처음으로 인정하고 모든 책임을 농협이 떠안음으로써 고객에게는 피해가 돌아가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사라진 데이터 중 대표적인 게 인터넷쇼핑몰에서 신용카드로 결제한 내역이다. 이 데이터를 찾아내지 못하면 농협은 가맹점에 결제대금을 내주고도 고객에겐 대금을 청구할 수 없다. 농협 측은 이러한 부분의 손실을 떠안겠다는 입장이다. 고객이 카드 결제일 전에 선결제 서비스를 이용해 카드대금을 낸 기록도 현재 사라진 상태다. 다만 이때는 고객이 자신의 계좌에 남아있는 이체기록을 확인해주면 이를 모두 인정한다는 것이 농협이 마련한 대책이다. 인터넷을 통해 카드거래를 한 고객은 앞으로 올 카드 청구서를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고객이 실제로 피해를 볼 가능성이 훨씬 커졌는데도 농협은 여전히 ‘모르쇠’로 일관했다. 농협 측은 복구를 못한 거래내역 정보가 얼마나 되는지 “알 수 없다”고 밝혔다. 농협 카드 업무 중 인터넷·모바일을 통한 거래는 2% 정도를 차지한다. 정종순 IT본부 분사장은 “어디엔가는 자료가 있다고 확신한다”면서도 “다만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22일까지 완전 복구하겠다던 농협의 약속은 또다시 거짓말이 됐다. 사라진 거래내역을 파악하고 복구하는 과정에서 IT 관리능력 부재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고객의 금융거래내역을 제대로 지켜내지 못해 금융회사로서의 신뢰에도 큰 타격을 입게 됐다.

 농협은 장애 11일째인 이날까지도 인터넷·텔레뱅킹·모바일 신용카드 사용내역 조회, 카드대금 선결제 등의 업무를 하지 못하고 있다. 김명기 대표는 “현재 시스템 복구는 다 됐지만 날아간 자료를 찾고, 또 일일이 맞춰보고 있어서 서비스를 재개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농협은 이달 말까지 데이터 복구 작업을 해본 뒤 서비스 재개 여부를 정하겠다는 입장이다.

 농협중앙회 이재관 전무이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사의를 표명했다. “오늘 (최원병) 회장에게 사직서를 제출했고 곧 수리될 것”이라고 했다. 그는 “IT본부를 총괄하는 실무책임자로서, 모든 책임을 지겠다”고 말했다. 농협중앙회는 전무이사와 3개 사업부문(농업경제·축산경제·신용사업) 대표이사로 나눠 운영되고 있다. 최원병 농협중앙회장이 책임져야 하는 게 아니냐는 질문엔 “실제적으로 농협업무는 전무이사와 부문별 대표 3명이 책임지고, 회장은 비상임 비상근으로 대외적인 대표 역할만 주로 맡아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다. 김태영 신용사업 대표이사에 대해서도 “그쪽은 오히려 전산장애로 피해를 본 쪽”이라고 말했다.

 한편 농협은 카드 이용 대금 청구를 1개월 미룬다고 고객에게 공지했다. “이용대금 청구서 발송업무가 지연돼 적정 기일에 도달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4월 22일부터 5월 4일까지 결제키로 돼있던 대금은 5월 22일~6월 4일로 결제일이 변경됐다.

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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