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금 올리면서 … 기부금, 법인 운영비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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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4년제 사립대인 대구가톨릭대(선목학원)는 2005년 12월 적립금 791억여원을 이사회 의결도 없이 주식에 투자했다가 98억여원의 손실을 보았다. 2007년 관련 규칙이 개정돼 사립대가 적립금을 위험자산에 투자할 수 있게 됐지만, 당시에는 규칙을 어긴 불법 투자였다. 이 대학은 투자 손실을 본 뒤 2009년에도 이사회 의결 없이 207억여원을 주식에 재투자했다.

이 대학 김용규 감사팀장은 “이사회에 구두로는 보고했었다”며 “손실이 났지만 돈을 떼먹은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 사이 수익사업 담당 직원 A씨는 법인 소유 건물의 임대보증금으로 얻은 이자 수익 6300여만원을 3년에 걸쳐 가로챘다. 이 사실은 지난해 5월 교육과학기술부 감사로 적발될 때까지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 교과부는 A씨에 대한 중징계(해임)를 학교 측에 요구하고 그를 횡령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일부 사립대학이 교비를 부적절하게 유용하고 회계관리 규칙을 어긴 사실이 적발됐다. 일부 대학이 해마다 등록금을 올리면서 학생 교육비와 대학 발전에 써야 할 돈을 엉뚱한 곳에 쓰고 있는 것이다. 한 사립대 기획예산실장은 “법인 운영자금이 부족하다 보니 기부금을 법인회계로 끌어다 쓴 게 관행처럼 됐다”고 말했다.

 국회 박보환(한나라당) 의원이 교과부로부터 제출받은 ‘2010학년도 사립대 회계감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감사를 받은 대학 20곳 중 19곳(전문대 6곳, 대학원대학 1곳 포함)이 사립대학 회계규칙 등을 어겨 지적을 받았다. 박 의원은 “등록금 의존도가 높은 사립대는 회계를 투명하고 바르게 운영해야 할 책무가 있다”며 “교과부가 일회성 감사에 그치지 말고 후속 조치를 제대로 해야 회계 부정이 반복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무추진비는 자금을 불투명하게 쓰는 통로로 악용됐다. 서울 강남대의 교직원 10명은 2007년부터 3년간 교비 8400여만원을 유흥주점에서 썼다. 학교 측은 업무추진비라고 해명했지만 교과부는 “사용처가 명확지 않다”며 이들에 대해 수사를 의뢰했다.

신구대학도 같은 방법으로 비상근 이사장에게 매달 300만원을, 총장에게는 모두 2400만원을 주면서 증빙서류도 받지 않았다. 계명문화대학은 이사장의 명예박사 취득 축하연을 열면서 비용 1890여만원을 교비로 충당했다.

또 개인연금저축 납부에 교비 9억원을 쓴 사실도 드러나 이사장 등 5명이 경고를 받았다.

 학생 장학금으로 쓸 기부금 관리도 부실했다. 한신대 특수체육학과 B교수는 조교와 시간강사들이 학과 발전기금과 장학금으로 기부한 1670여만원을 자신 명의의 계좌로 관리했다가 교과부 감사에서 들통났다. 교과부는 횡령 혐의가 있다고 보고 B교수에 대해 수사를 의뢰했다. 관동대(90억원)와 성신여대(44억원)도 기부금 관리가 부적절해 이사장들이 경고를 받았다.

박수련·윤석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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