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새천년 맞아 돌아오는 〈캐츠〉

중앙일보

입력

20세기 최고의 흥행 뮤지컬 〈캐츠〉가 돌아온다. 뮤지컬 컴퍼니 대중이 제작비 8억5천만을 들여 9년만에 호암아트홀(15일~2월 23일) 무대에 〈캐츠〉를 다시 올린다. 5월말까지 부산 등 10개 도시도 순회할 예정이다.

지난 7일 오후 서울 명륜동에 있는 극단 대중의 연습장. 지난해 9월 뮤지컬 〈페임〉에서 흑인 타이론역을 맡아 역동적 춤솜씨를 자랑했던 임춘길이 10여명의 배우와 함께 탭댄스 마무리 연습에 한창이다. 마룻바닥을 '탁탁 탁탁탁' 울리는 스텝이 경쾌하다. 배우들은 머리에서 발끝까지 땀투성이다.

임씨의 주문은 끝이 없다. "발걸음의 박자가 늘어져요" "지금까진 연습이고 이제 공연용으로 합시다". 배우들은 호흡을 가다듬고 다시 전신을 흔들기 시작한다. 91년 초연 때 막내였던 임씨가 이제는 연장자가 돼 후배들을 지도하게 됐다.

〈캐츠〉는 장황한 설명이 필요없는 뮤지컬의 대명사. 81년 5월 런던의 뉴 런던 극장에서 첫선을 보인 이후 전세계 2백50개 도시에서 약 6천만명의 관객을 끌어들인 화제작이다. 현란한 춤과 음악, 그리고 연기가 한숨의 여유도 주지 않는다.

현란한 무대와 달리 줄거리는 간단한 편이다. 자상한 고양이. 상류층 고양이. 성직자 고양이. 배우 고양이. 도둑 고양이. 마술사 고양이 등 온갖 고양이들이 도시 구석의 쓰레기장에 모여 그들만의 무도회를 개최한다. 그리고 하늘 나라의 선지자 고양이인 듀터라노미가 내려와서 사창가 출신의 늙은 고양이인 그리자벨라를 천상의 세계로 인도한다는 내용이다.

각기 고양이가 자신들의 과거를 노래하는 에피소드 모음으로 생각하면 이해하기가 쉽다. 감상의 포인트는 각 고양이의 개성을 살펴보는 것. 형태는 고양이지만 결국 인간사를 빗대고 있다.

20세기 영미문학의 거목이었던 T S 엘리엇의 시 14편에 영국 출신의 작곡가 앤드루 로이드 웨버가 곡을 붙였다. 특히 그리자벨라가 비참한 현실 속에서도 행복했던 옛일을 되새기며 희망을 읊는 노래 '메모리'는 바브라 스트라이샌드가 불러 세계적으로 히트했다.

하지만 유럽. 미국 무대 정도로 흥겨움이 되살아날지는 미지수. 극단측은 일단 자신있다는 자세다. 높아진 우리 관객의 눈에 맞게 배우. 무대 수준을 끌어올렸다는 것이다.

조민 대표는 "수차례 오디션을 거쳐 가창력. 춤. 연기력을 고루 갖춘 뮤지컬 전문배우 30여명을 선발했다" 고 말했다. 미국 줄리어드 음악원 출신으로 지난 96년 한국인으론 유일하게 뮤지컬의 아카데미상인 토니상 여우 조연상 후보에 올랐던 최주희가 그리자벨라로 나와 관심을 끈다.

무대장치도 외국과 동일하게 꾸몄다. 극단측은 메인무대 벽면이 앞으로 내려오며 해적선으로 변하고, 작품 말미에 그리자벨라가 대형 타이어를 타고 공중에 오르면서 동시에 무대 천정이 갈라지는 장면을 브로드웨이 그대로 재현했다고 밝혔다.

국내 뮤지컬 팬들에게 충분한 볼거리를 보여주겠다는 것. 침체된 공연계에 〈캐츠〉가 어떤 충격파를 던질지 주목된다. 화~목 오후 7시30분, 금~일 오후 3시30분.6시30분. 02-766-8551, 02-751-9999.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