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정치권은 P세대의 요구에 응답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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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북한인권법 제정을 주장하는 대학생 단체 대표들이 지난 18일 국회를 찾아 여야 정치지도자를 만났다. 애국심(patriotism)·실용(pragmatism) 등에 눈뜬 P세대들이다. 천안함과 연평도를 겪으면서 북한의 실상을 바로 보기 시작한 젊은이들이다. 북한의 인권에 눈뜬 청년들이다. 그래서 북한 주민들의 인권을 촉진할 수 있는 법의 제정을 요구해왔다.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의 서명까지 받아 김무성 한나라당 원내대표를 찾았다.

 P세대는 자신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표현한다. 학생들은 정치권의 무책임한 행태를 보다 못해 국회를 찾았다. 북한인권법이 지난해 2월 해당 상임위원회인 외교통상통일위원회를 통과했음에도 불구하고 본회의에 상정조차 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이해하지 못하는 대목은 ‘왜 상임위를 통과한 법안이 본회의에 상정도 안 되느냐’는 의문이다.

 학생들의 문제의식은 적절하다. 국회법상 해당 상임위를 통과한 법은 본회의에 상정돼 의결을 거쳐야 한다. 문제는 해당 상임위에서 본회의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법률적 자문을 받기 위해 거치게 되어 있는 법제사법위원회다. 법사위는 법률의 형식이 맞는지를 따지고, 필요하면 자구(字句)를 수정하는 기능을 맡고 있다. 그런데 북한인권법은 법사위에서 이런 작업에 들어가지도 않고 있다. 민주당이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당 소속 우윤근 법사위원장은 “법사위에서 상정해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정작 민주당의 원내사령탑인 박지원 원내대표의 뜻을 거스르긴 어렵다. 박 대표는 강한 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김무성 한나라당 원내대표의 표현에 따르면 “종북(從北)주의자라고 비판받아도 (북한인권법 통과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학생들의 추궁은 이어진다. ‘왜 법대로 하지 않느냐’ ‘왜 법사위는 국회법을 따르지 않느냐’는 질문에 민주당은 답해야 한다. 법 조문에 문제가 없으면 본회의로 넘겨야 한다. 민주당의 주장처럼 ‘인권법이 북한을 자극할 우려가 있다’는 등의 이유라면 본회의장에서 따질 일이지, 법사위에서 발목을 잡고 있을 일이 아니다. 해당 상임위를 통과한 법을 법사위에서 붙잡는 것은 월권이자 입법 방해다. 법대로 하자면, 본회의에서 여야가 찬반토론을 거친 다음 다수결에 따라 가부(可否)를 결정하면 된다.

 학생들은 여당인 한나라당의 의지도 의심한다. ‘한나라당은 과연 북한인권법을 처리할 의지가 확고한가’에 대해선 한나라당이 대답해야 한다. 한나라당은 지난해 연평도 사건 직후 북한인권법 통과를 다짐하고도 처리하지 못했다. 이번에도 김무성 원내대표는 “내 임기(5월 3일) 안에 처리하고 싶다”고 말했다. 정말 의지가 있다면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학생들은 북한 주민들의 인권이 유린되는 것을 참지 못해 나섰다. 이들의 순수한 열정에 정치권은 답해야 한다. 북한인권법의 신속한 제정이 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