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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말 바루기] 손발이 오글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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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사랑에 빠지면 상대의 나쁜 점은 눈에 들어오지 않고 좋은 점만 눈에 띈다. 소위 눈에 콩깍지가 씐 상태가 되는 것이다. 요즘에는 이렇게 눈에 콩깍지가 덮인 남녀들이 남의 눈을 의식하지 않고 공공장소에서 애교를 부리거나 짙은 애정 표현을 하는 일이 부쩍 늘었다.

 서양에서는 흔한 광경일지 모르지만 우리는 아직도 이런 모습을 보면 눈길 둘 곳이 마땅치 않고 보는 자신이 더 민망하고 부끄러워진다. 이럴 때 “그 사람들 봤니? 내 손발이 다 오글거려서 혼났어”라고 하는 이가 많다.

 그런데 ‘오글거리다’의 사전적 의미는 그런 것과는 거리가 멀다. 이 단어는 ‘작은 벌레나 짐승 따위가 한곳에 빽빽하게 많이 모여 자꾸 움직이다’란 뜻이다. 예를 들면 “그 웅덩이에는 실지렁이들이 오글거리고 있었다”처럼 쓸 수 있다. 더 큰 느낌을 주는 말로는 ‘우글거리다’가 있다.

 소위 ‘닭살 돋는’ 경험을 표현할 때는 “그 영화 대사, 손발이 오그라들 정도였어” “내가 보낸 그 연애편지를 지금 와 생각하면 손발이 다 오그라진다니까”처럼 ‘손발이 오그라들다[오그라지다]’를 쓰면 된다. 그보다 더 심하다면 ‘속이 느글거리다’를 쓸 수도 있겠다.

김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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