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을 ‘북 카페’처럼 꾸몄더니 … 우리 애가 달라졌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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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맞벌이를 하던 호성희(41·서울 서초구)씨는 중1 딸이 초등생일 때 여러 학원을 보냈다. 딸은 영어·수학·미술·피아노·검도학원을 돌았다. 호씨는 “학원 숙제와 진도를 잘 따라해 문제가 없는 줄 알았다”고 말했다. 딸이 5학년이 된 2009년 초 직장을 그만두게 된 호씨는 담임 선생님을 찾아갔다. 선생님은 “수업에 집중하지 못한다. 책상에 앉아 있는 습관이 중요하니 쉬운 책부터 독서지도를 해보라”고 조언했다.

 충격이 컸다. 딸에게 물었더니 너무 지쳐 있었다. 딸이 좋아하는 미술만 남기고 모든 학원을 끊었다. 손수 독서 지도에 나섰지만 딸은 30분도 안 돼 짜증을 냈다. 책 읽는 것도 싫지만 책상에 앉아 있는 자체를 견디지 못하는 것 같았다.

 호씨는 아이디어를 냈다. 집안을 북 카페처럼 꾸몄다. 소파와 식탁을 카페처럼 배치하고 간식과 차를 주문할 수 있는 메뉴판을 만들어 걸었다. 메뉴판엔 ‘주스 100원’으로 써 놓고 책을 읽으며 주문하게 했다. 물론 돈은 받지 않고 대신 엄마에게 안마 서비스를 하라며 스킨십을 했다. 읽을 책은 인근 학교·주민센터 도서관에서 매일 10권씩 빌려와 도서배치대에 꽂아놨다. 독서에 방해가 되지 않도록 TV는 켜지 않았다.

 딸은 엄마와의 독서 놀이에 빠져들었다. 처음엔 저학년용 30쪽짜리 쉬운 동화책으로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100쪽짜리를 한 자리에서 거뜬히 읽어냈다. 시간만 나면 책을 찾게 된 딸은 지난해 학교에서 다독상을 받았다. 방과후학교 독서토론·논술 프로그램도 딸의 독서 실력을 늘리는 데 도움이 됐다. 매주 한 권을 읽고 줄거리를 요약한 뒤 토론 질문을 만들어 가도록 했다. 이 수업 덕분에 딸은 책을 더 재밌게 읽게 됐고, 국어공부를 어려워하지 않았다.

 호씨는 수학에도 도전했다. 아이와 똑같이 문제를 풀었다. 노트에 풀이법을 자세히 적게 했다. 연습장 같던 노트는 차츰 깨끗하게 정리돼 갔다. 어려운 문제는 먼저 설명해준 뒤 비슷한 문제를 골라 선생님처럼 화이트보드에 풀면서 엄마에게 설명하도록 했다. 호씨는 “딸이 스스로 공부하기 시작한 지 2년이 됐는데 성적이 좋아지고 자신감도 붙었다”고 말했다.

김성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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