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난 피라미 … 월척 될지 따지는 건 시기상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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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김해을 국회의원 보궐선거를 앞두고 국민참여당 유시민 대표는 야권 후보 단일화 문제를 놓고 민주당과 줄다리기를 했다. 무려 46일 간이다. 유 대표는 집요했다. 그는 야권 분열 가능성까지 열어둔 ‘벼랑끝 전술’로 자신이 원하는 방식(100% 여론조사 경선)을 관철시켰고, 단일화 승부에서 민주당을 꺾었다. 지난해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경기지사 야권 후보 단일화 경선에서 민주당 김진표 의원을 이긴 데 이어 두 번째 승리였다. 그에게 “이제 ‘단일화 기술자’란 말까지 듣지 않느냐”고 했더니 “기술로 이긴 게 아니다. 우리 당 지지자들의 간절함이 더 커서 이긴 거다”라는 답변이 나왔다.

유 대표는 중앙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정치는 경쟁을 먹고 사는 것”이라며 “경쟁이 고통스럽고 두려운 것이긴 하지만 야당 간에도 경쟁은 피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김해을 선거 후 바로 내년 총선에 나갈 후보들을 고르는 과정에 들어가겠다. 김해을에선 참여당의 지지율이 20%로, 한나라당·민주당과 함께 3당 구도를 이뤘는데 (총선 때) 다른 지역에서도 이런 구도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차기 대선 예비주자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0% 안팎으로 2위에 올라 있는 유 대표의 약점으로 ‘확장의 한계가 있다’는 걸 지적하자 그는 자신을 ‘피라미’라고 하면서 “피라미가 월척이 될 수 있느냐, 없느냐를 논하는 건 시기상조”라고 했다. 그에 대한 인터뷰는 15일 김해을 장유면의 한 카페에서 두 시간가량 진행됐다.

 -젊은 층에선 열성팬이 많고 중·장년층에선 상대적으로 ‘안티’가 많다는 데 동의하나.

 “데이터가 그렇지 않은가. 나도 이제 50대 중반(52세)에 접어드는데 왜 내 또래들은 나를 안 좋아하는지 모르겠다. 20, 30대는 내 조카나 딸 연배인데, 내가 뭐 해준 게 있다고 지지하는지 잘 모르겠다. 40대, 50대들이 나를 싫어할 이유가 특별히 있다곤 보지 않는데 이상하다. 대체로 나는 우리 세대의 보편적 민주주의 가치에 맞게 행동해 왔다. ”

 -민주당은 국회 의석이 제로인 참여당이 원내에 진출하면 앞으로 야권 연대를 할 때 더 많은 지분을 요구할 것이라며 불편해한다.

 “앞으로 당의 총선 자원을 총 점검해 훌륭한 후보를 많이 내겠다. 이건 모든 정당의 기본적인 태도다. 뭘 그렇게 걱정하는지 모르겠다.”

 -유 대표가 내년 총선에서 한나라당 안상수 대표의 지역구인 과천-의왕에 출마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데.

 “비례대표로 할지 지역구에 나갈지 정하진 않았지만 출마는 한다.”

 -유 대표의 지지율이 차기 대선 예비주자 중 2위지만 지지세의 확장성에는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

 “내 과제다. 내 지지율은 아직 확장성을 얘기할 수 없을 정도로 미약하다고 할 수 있다. (지지율이) 20~30%는 나와야 과반이 될지 하는 확장성을 따지지 한 자리 숫자를 겨우 넘는 이런 지지율 가지고 확장성을 얘기하긴 그렇다.”

 - 그래도 대부분의 대선후보 여론조사에서 2위 아닌가.

 “2위라도 의미가 있는 2위여야지….”

 -지지율 1위인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의 대세론을 인정하나.

 “그건 아니다. (박 전 대표는) 현 시점에서 가장 많은 국민의 사랑과 지지를 받고 있을 뿐이다.”

 -김해을 야권 후보 단일화 문제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민주당은 자기 입장을 굽히지 않은 유 대표를 겨냥해 ‘연탄가스 같다’는 등의 비난을 했는데.

 “수년째 들어오는 말이라 별반 느낌이 없었다. 작은 정당에서 정치하는 사람의 운명이다. (잠깐 더 생각한 뒤) 그분들을 제가 자극했겠죠. 불편하게 많이 한 거죠. 제가 잘해야지 달리 방법이 있겠나.”

 - 왜 참여당인가.

 “정치인으로서 나 자신의 존엄에 대한 확신 때문이다. 한나라당의 경우 도저히 존엄을 느끼기 어렵다는 생각을 어릴 때부터 했었다. 민주당이 나쁘다는 건 아니지만 그 속에서 정치인으로서 존엄을 찾기가 굉장히 어렵다. 당이 잘못할 때 얘기할 수 있고, 얘기하면 합리적 원칙과 상식이 받아들여지고 인정해 주는 그런 매력이 있어야 한다.”

 -한나라당 권영세 의원은 민주당과의 단일화 협상을 지켜본 뒤 ‘유시민이 전투에는 이겼으나 전쟁에는 졌다’고 평가하더라.

 “작은 당에선 하나의 전투를 치르는 것도 버겁다. 전쟁을 치를 역량이 없다. 그런 생각 자체가 사치다. 약자의 비애라고 생각하고 쏟아지는 모든 돌팔매를 다 맞았다.”

 -유 대표는 친노무현계 아닌가. 한 뿌리인 친노 인사들은 민주당에도 많은데 왜 따로 정치를 하면서 단일화를 하곤 하나.

 “뿌리가 같아도 번창하면 여러 갈래로 줄기가 서기도 한다. 머릿속에서야 하루에 열 번이라도 기와집을 짓는다. 합치는 문제는 적절치 않다. 천천히 생각하는 게 좋다.”

 -저서 『국가란 무엇인가』에서 ‘애국심’을 부각한 이유는.

  “자유주의자나 진보주의자들은 국가의 폭력적 행태에 대한 지적을 하다 보니 마치 애국심이 약한 것처럼 오해받고 있다.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그런 오해를 줄이기 위해 애국심을 강조했다. 진보주의자나 자유주의자도 애국심이 강하고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 정치인으로서 애국심 고취는 당연히 필요하다.”

 유 대표는 인터뷰를 마치며 이렇게 말했다.

 “그동안 나는 인생을 걸고 정치를 하진 않았다. 그러나 앞으로는 책임 있는 태도로 매사에 임할 것이고, 집요하고 진지하게 정치적 태도를 추구할 것이다. 그러면 (나에 대한 평가도) 달라질 수 있지 않을까.”

글=강민석·채병건 기자, 사진=송봉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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