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od&] 김대리, 도시락 예쁜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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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8면

“이 샌드위치 파는 것보다 맛있다!” “그거 만들기 쉬워요. 제가 다음에 알려 줄게요.” 집에서 싸 온 도시락으로 해결하는 점심시간. 경제적·건강적 이득은 물론 동료들과의 친목 도모의 장이 되기도 한다.


지난달 한 취업 포털사이트에서 남녀 직장인 1226명을 대상으로 점심값에 대한 설문조사를 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의 63.5%가 “점심값이 많이 올랐다”고 답했다. 회사 근처 식당을 이용하는 직장인을 대상으로 최근 3년간 평균 점심값을 조사한 결과에서도, 2009년 12월 5193원이던 점심값이 2010년 12월 5372원, 2011년 3월 5551원까지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월급 빼고 다 올랐다는 말이 실감나는 요즘이다.

그래서 요즘 새로 주목받는 게 도시락이다. 집에서 만든 도시락을 싸갖고 다니는 직장인이 부쩍 늘었다는 소식이다. 한데 도시락 준비하는 일도 생각보다 만만치 않다. 『직장인 도시락 전략』(북하우스)의 두 저자 남진희·이보은씨와 도시락 고수로 알려진 세 사람으로부터 배운 도시락 싸기 실전 팁 다섯 가지를 소개한다.

글=윤서현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요리·스타일링=이보은 요리연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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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기본 준비는 전날 밤에

‘직장인 도시락족(族)’이 되기 망설여지는 가장 큰 이유는 아침에 도시락을 싸야 한다는 압박감일 것이다. 하지만 전날 밤 20분만 내면 도시락 준비를 마칠 수 있다. 집에 있는 밑반찬을 밀폐용기에 담아 냉장고에 넣어두기만 하면 되기 때문이다. 밥은 냉동고에 얼려뒀다 회사에서 전자레인지에 데워 먹는다. 여름철에는 시금치·콩나물·숙주·고사리 등의 나물 반찬과 두부는 상하기 쉬우므로 피하는 게 좋다. 여름철 도시락 반찬으로는 짭짤하면서 감칠맛이 나는 젓갈과 장아찌 종류를 추천한다.

2 후다닥 일품 요리도 적극 활용

아침에 조금 여유가 있는 날엔 볶음밥·주먹밥·샌드위치·김밥 등으로 메뉴에 변화를 주자. 그때그때 집에 있는 재료를 이용하면 만들기 간편한 메뉴다. 김밥은 단무지·햄·김치만 넣어도 맛있고, 온라인 쇼핑몰에서 파는 삼각 김밥 포장지만 있으면 나만의 삼각 김밥도 만들 수 있다. 볶음밥은 한 김 식히고 도시락 통에 담아야 질척해지지 않는다. 샌드위치는 기름종이로 감싸서 빵에 바른 소스나 버터가 배어 나오지 않게 한다.

3 가벼운 밀폐용기에 칸막이를

요즘엔 가볍고 크기도 다양한 밀폐용기를 쉽게 구할 수 있다. 한데 칸막이가 없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 양상추·깻잎·은박지컵이 유용하게 쓰인다. 국물이 없는 음식, 예를 들어 절임·구이·완자전 등은 양상추나 깻잎으로 싸고 조림·볶음·찜·무침 등은 은박지 컵에 따로따로 담아 섞이는 것을 막는다. 주로 밥이나 국을 전자레인지에 데워 먹는데 이때 밀폐용기째 데우면 환경호르몬 물질에 노출될 우려가 있다. 회사에 전자레인지용 그릇을 따로 두고 사용하는 게 좋다.

4 김치는 랩에 싸서 유리병에

한국인의 밥상에 김치가 빠질 수 없다. 그러나 김치를 싸가려니 출근길 지하철에 고약한 냄새를 풍기는 건 아닌지, 국물이 새지 않을지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다. 김치는 다른 반찬, 밥과 따로 담는 게 원칙이다. 비닐 랩으로 잘 싸서 유리병이나 밀폐용기에 담으면 냄새 걱정도 덜 수 있다. 한 번에 많이 가져가 회사 냉장고에 넣어두고 덜어 먹어도 좋다.

5 아끼는 김에 커피값까지

식후에 바로 마시는 커피는 소화를 방해한다. 과일 한 조각이나 오이·당근으로 입가심을 하는 게 건강에도 좋고 다이어트에도 도움이 된다. 사과나 배는 껍질을 깎은 뒤 설탕물에 살짝 담갔다가 물기를 닦은 뒤 밀폐용기에 담으면 색깔이 누렇게 변하는 갈변 현상을 막을 수 있다. 매번 과일을 씻고 깎아서 싸가기 번거로우면 회사에 과도를 갖다 놓는 것도 방법이다. 식후 커피를 포기하지 못하겠다면 집에서 끓여 보온병에 담아가거나, 미리 대형할인점에서 넉넉히 사서 회사 냉장고에 넣어두고 마시면 점심값보다 더 비싼 커피값을 아낄 수 있다.

도시락 매니어 3인의 도시락 이래서 좋다!

“작년에 점심값 아낀 돈으로 컴퓨터 모니터를 새로 바꿨다. 요즘 같이 날씨가 좋으면 점심시간에 카메라를 들고 산책을 나선다. 회사가 경기도 파주 출판단지 안에 있어 구경거리가 가득하다. 예쁜 사진도 찍고 특별 할인 판매하는 책도 구경하면서 보내는 이 시간이 내 일상의 활력소다.” -한서영(31·도시락 경력 6년)

“무엇보다 속이 편하다. 내가 한 밥이 내 입에 가장 잘 맞는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반찬이 많지 않아도 직접 싸온 도시락은 안심하고 먹게 된다. 점심식사를 끝내면 주로 회사 주변에 있는 신사동 가로수 길을 거닐고, 스트레스가 심한 날엔 요가를 한다. 20~30분이지만 잠깐의 요가는 오후 근무를 버티는 데 큰 힘이 된다.” -양희정(38·도시락 경력 3년)

“적을 땐 두 명, 많을 땐 다섯 명의 부서원이 모여 도시락을 먹는다. 각자 싸온 반찬을 나눠 먹으며 ‘우리 집은 김치에 젓갈을 거의 안 넣는다.’ ‘이제 흰쌀밥 대신 현미밥을 먹는다’ 등 소소한 개인사를 많이 나누게 된다. ‘밥 정(情)’이라고 할까. 그러면서 한결 가까워지고 돈독한 정이 쌓인다.” -최정은(31·도시락 경력 4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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