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근교 캠핑장으로 봄나들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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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핑은 뛰어 놀 곳이 별로 없는 도시 아이들에게 체력을 튼튼히 할 기회를 제공한다. 부모를 도우며 협동심과 책임감도 기르고 체험 학습도 할 수 있다. 막상 캠핑을 떠나려면 차 타고 멀리 가야 하고 아이의 공부시간도 줄어들 것 같아 선뜻 결정하기 쉽지 않다. 그러나 서울 근교에도 알차게 캠핑을 즐길 수 있는 곳이 많다.

소통으로 정서적 안정감 얻어

 9일 서울 난지 캠핑장. “아빠, 이제 던진다. 내공 잘 받아.” 김정민(역촌초 3)군이 제법 그럴듯한 폼으로 야구공을 던졌다. 아빠 김호광(43·서울 역촌동))씨는 “스트라이크”를 외치며 글러브로 공을 받는다. 지켜보던 엄마 양상희(38)씨는 “3년 전부터 캠핑을 다니면서 가족 간의 친화력이 좋아졌다”며 “지금은 주말마다 캠핑을 다니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양씨가 가족과 함께 캠핑을 시작한 것은 첫딸 민지(서울 역촌초 5)양의 담임교사에게서 “사춘기가 시작되면 공부보다도 정서적 안정감을 심어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말을 들으면서부터다. 내성적이던 민지는 캠핑을 다닌 후부터 활달한 성격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가족과 대화하는 시간이 늘었다. 양씨는 “캠핑을 한 후 민지의 표정이 밝아지는 것을 확연히 느낄 수있다”고 말했다. 맞벌이 부부인 김진(35·여·서울시 역촌동)씨는 일로 인한 스트레스를 다소나마 플어보기 위해 3년 전부터 캠핑을 다니기 시작했다. 당시 남편 이상익(37·회사원)씨는 거실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에게 잔소리를 할 정도로 민감했다. 이로인해 부부간의 갈등도 심했다. 그러나 남편 권유로 온 가족이 캠프장을 자주 찾으면서 모두 해결됐다. 김씨는 “아빠가 텐트를 직접 설치하고, 엄마의 식사 준비도 적극적으로 도와주는 모습을 아이들이 지켜보면서 가족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며 “최근에는 서울 근교에 새로 생기는 캠프장을 찾아간다”고 말했다.

준비한 만큼 교육효과 커

 캠핑을 통한 교육적 효과는 크다. 체험학습연구개발협회 전도근 전(前) 회장은 “교과서 위주의 주입식 교육에서 벗어서 자연을 접할 수 있고, 여러 가지를 체험할 수 있어 능동적 교육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교육적 효과를 높이려면 사전에 준비가 필요하다. 장소를 선정하기 전에 아이와 의논해 어떤 활동을 할 지 정해야 한다. 아이의 관심사도 미리 알아내면 흥미를 이끌어 낼 수 있다. 식물관찰이나 강가 생태계 관찰처럼 캠핑 목적을 확실히 하면 장소 선정이 수월해진다. 체험학습이 필요하면 근교에 미술관이나 동물원·식물원이 있는 곳을 고르면 된다.

 장소를 고른 뒤에는 해당 분야에 대한 사전학습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 산에 가서 식물을 관찰하려는 계획을 세웠다면, 교과서에서 식물과 연관된 단원이 있는지 알아보고 식물도감에서 나무·풀의 이름과 특성을 미리 알아두면 좋다. 캠핑장에 가서는 아이들에게 다양한 질문을 통해 흥미를 유발하고, 사진을 찍거나 그림을 그려 기록을 남겨둔다. 캠핑을 다녀 온 후에는 초등 저학년의 경우 그림일기 식으로 감상화를 그리게 하고, 고학년은 여행후기 보고서를 작성하게 하면 된다. 보고서에는 육하원칙 외에 보고 배운 점, 느낀 점, 아쉬웠던 점, 앞으로의 활동계획 등을 포함시키면 좋다. 사후평가나 기록을 남기면 오래도록 기억할 수 있어 교과공부에도 도움이 된다.


[사진설명] 서울 난지 캠핑장을 찾은 가족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캠핑은 가족 간의 친화력을 높이고, 아이들의 협동심을 길러준다.

<전민희 기자 skymini1710@joongang.co.kr 사진="황정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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