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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개 조력발전 완공 땐 고리원전 1호기보다 발전량 많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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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4호 06면

지난 13일 시화조력발전소의 수차발전 10호기가 가동되면서 시화호 쪽 둑 아래로 바닷물이 밀려 들어오고 있다. 최준호 기자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를 계기로 태양광·풍력·조력 등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지고 있다. 마침 지난 13일부터 세계 최대 규모, 국내 최초의 조력발전인 시화조력발전이 처음으로 전기 시험생산에 들어갔다. 우리나라 조력발전 시대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한국에도 열린 조력발전 시대

시화호는 조력발전의 시작에 불과하다. 충남 태안군 이원면과 서산시 대산읍 조지리 앞바다를 잇는 가로림 조력과 강화도~석모도를 연결하는 강화 조력, 강화도 남단~장봉도~영종도 북단~동검도~강화도 남단을 잇는 인천만 조력, 충남 당진군 서해대교 인근 해상(서부두~부곡공단)의 아산만 조력 등 4개의 조력발전도 추진 중이다. 이들 5개의 조력발전이 모두 계획대로 완공될 경우 연간 발전량이 5171.7GWh에 이를 전망이다. 국내 최초 원전인 고리원전 1호기의 연간 발전량(5095GWh)을 넘어서는 수치다.

특히 인천만 조력은 30MW짜리 수차발전기 44대를 설치해 연간 2414GWh의 전기를 생산할 예정이다. 시화조력발전의 6배에 달하는 규모다. 우리나라 전체 가정용 소비전력량의 4.5%에 해당하며, 인구 270만 명에 이르는 인천시 가정용 전력의 60%를 공급할 수 있는 양이다. 설비용량만 보면 인천만 조력이 1320MW로, 국내 최초 원전인 부산시 기장군의 고리원전 1호기의 설비용량(587MW)의 배가 넘는다. 하지만 원자력이 연중 24시간 돌아가는 데 반해, 조력발전은 밀물과 썰물의 차이가 일정 규모 이상 나는 시간(하루 두 차례, 총 6~8시간)에만 발전할 수 있다.

조력발전이란 기본적으로 수차(水車) 발전기를 이용한다는 점에서는 소양강댐 등 기존 수력발전기와 원리가 같다. 수력발전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일정하게 흐르는 물에 수차 발전기를 걸어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이다. 조력발전도 바다에서 생기는 조수 간만의 차, 즉 썰물과 밀물로 인한 해수면 높이 차에서 생기는 운동에너지를 이용해 전기를 생산한다. 우리나라 서해안은 조수 간만의 차가 최고 9m에 이른다. 조력발전을 위한 천혜의 입지다. 조수 간만의 차가 클수록 발전량도 크다. 외국의 경우 프랑스의 랑스 조력발전소와 캐나다의 아나폴리스 조력발전소, 중국의 지앙시아 조력발전소가 있지만, 모두 시화조력발전소의 시설용량에는 미치지 못한다.

조력발전의 최대 장점은 뛰어난 경제성이다. 신재생에너지원 중 기준가격(원/kWh)이 가장 저렴하다. 태양광이 가장 비싼 677원/kWh이며, 연료전지 283원/kWh , 풍력 107원/kWh다. 조력은 90.5원/kWh에 불과하다. 시화조력발전의 경우 발전을 시작한 지 30년이 지나면 총 사업비 3551억원을 모두 회수할 수 있다. 이후부터는 조력이라는 자연의 공짜 에너지를 이용해 발전을 하기 때문에 관리·유지비만 들 뿐이다.

하지만 국내 조력발전의 앞길이 순탄한 것만은 아니다. 환경단체와 야당·시민단체 등에서 갯벌 등 해양생태계 훼손을 이유로 조력발전에 거세게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식경제부가 공개한 국내 조력발전소 추진 현황에 따르면 시화조력 다음으로 가로림조력이 건설될 예정이다. 설비용량은 시화조력의 두 배인 520MW, 연간발전량도 950GWh에 이른다. 원래 계획에 따르면 2008년 공사를 시작해 2014년 완공할 예정이었다. 총 사업비는 약 1조22억원. 하지만 건설·운영주체인 가로림조력발전은 아직 착공조차 못하고 있다. 지역주민과 환경단체들의 반대 때문이다.

가로림조력발전 박찬기 본부장은 “현재는 공청회를 끝내고 환경영향평가서 본안 작성 단계”라며 “올해 말까지는 착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추진 중인 5개 조력발전소 중 가장 큰 규모인 인천만 조력 역시 당초 일정(2011~2017년)에서 뒤처져 있다. 인천만 조력의 경우 중앙정부와 야당이 주도하는 지자체 간의 갈등 양상으로까지 발전하고 있다. 국토해양부는 신재생에너지를 위해선 조력발전소가 필요하다며 강행을 주장하고 있다. 송영길 시장이 이끄는 인천시는 조력발전소를 건설할 경우 갯벌 파괴는 물론 어민들의 생존권까지 위협받는다며 반발한다. 조력발전 백지화는 송 시장의 공약 사항이기도 하다.

강화조력은 지자체인 인천광역시와 강화군이 추진해온 사업이라 공사 추진이 더욱 더 불투명하다. 건설·운영 주체인 중부발전은 지난해 이 때문에 당초 계획의 절반 수준인 설비용량 420MW, 연간발전량 710GWh로 목표를 수정했다. 이렇게 하면 갯벌 훼손도 당초 7.65㎢에서 2.14㎢로 줄어든다. 아산만조력은 5개 조력발전 중 가장 늦게(2013~2018년) 추진될 예정이다.

우리나라는 조력발전 외에 ‘조류(潮流)발전’도 시도하고 있다. 조류발전은 빠른 물살의 힘으로 바람개비처럼 생긴 수차(水車)를 돌려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이다. 방조제를 쌓지 않고 바닷물이 빨리 흘러가는 힘을 그대로 이용하는 방식이다. 한전의 자회사인 동서발전은 2009년 전남 진도군 군내면 울돌목에 500㎾짜리 소형 조력발전기 2대를 시범 설치했다. 1597년 정유재란 때 이순신 장군이 13척의 배로 왜선 133척을 대적해 31척을 침몰시키는 대승을 거뒀다는 명량해협이 바로 이곳이다.

동서발전은 울돌목 조류발전의 시험 가동을 거쳐 2009년 말부터 시간당 1000㎾를 생산하고 있다. 400여 가구가 1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에너지다. 당초 1단계로 시험 운영을 거친 뒤 2013년에 9만㎾의 설비용량을 갖춰 약 4만6000여 가구에 전기를 공급하는 세계 최대의 상용 조류발전소로 발전시킬 계획이었다. 하지만 물살이 거센 지역에 발전시설을 설치하느라 공사비가 당초 예상보다 2.5배 이상 늘어나면서 상용화에 빨간불이 켜졌다. 동서발전의 이영조 차장은 “지금 상태로 보면 30년을 운영해도 투자비용을 회수하기 어렵다”며 “상용화할 경우 경제성 확보가 어려운 만큼 현재로서는 사업을 계속 추진하는 것이 불투명한 상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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