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심복에게 듣는다 ‘스티브 잡스는 어떻게 세상을 낚았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2면

아이리더십
제이 엘리엇
윌리엄 사이먼 지음
권오열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336쪽
1만7000원

애플의 최고경영자(CEO) 스티브 잡스를 설명하는 말은 많다. 하지만 책장을 덮으면서 잡스는 타고난 낚시꾼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다. ‘새로운 대물(Big Thing)’을 낚아 올리기 위해 끊임없이 모험에 나서니 말이다. 그의 낚시 바늘에 걸려 오는 것은 새로운 세계일 수도, 새로운 역사일 수도 있다.

 게다가 아이팟과 아이폰, 아이패드 등 그가 구현해 낸 ‘신세계’는 인류의 마음을 그야말로 제대로 낚고 있지 않나. 애플의 신제품을 가장 먼저 손에 넣기 위해 안달이 나고 몸이 달아오른 인간들이 세상에 바글댄다. 신제품 프레젠테이션에는 세계인의 이목이 온통 그에게만 쏠린다. 그러니 사람의 마음을 제대로 낚는 재주를 타고났다고 할 수밖에.

 그렇다면 그의 낚시 바늘에 세상 사람이 덜컥 덜컥 걸려드는 이유는 뭘까. 신세계를 창조하는 험난한 여정에 기꺼이 동참하고, 그가 만든 세상에 열광하게 하는 힘 말이다. 저자는 그것을 그가 제시하는 비전과 그를 향한 강렬한 열정, 단순함에 대한 숭배와 완벽에 대한 집착이라고 말한다. 잡스가 성공한 이유이자 수많은 사람이 덥석 물게 되는 매혹적인 미끼기도 하다.

 월척을 낚아내는 그의 탁월한 능력은 인재영입에서 드러난다. 펩시콜라 사장이던 존 스컬리가 “남은 인생을 설탕 물이나 팔면서 보낼 건가요, 아니면 세상을 바꿀 기회를 잡아보겠습니까”라는 잡스의 도발적인 질문 때문에 사장 자리를 내던지고 애플에 합류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책은 잡스의 천재성이 애플의 영혼으로 변하는 순간 순간에 대한 기록이다. 또한 한 사람의 천재성이 ‘조직의 운영체제(OS)’로 탈바꿈하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책의 내용이 생생하게 살아 숨 쉬는 것은 왼손잡이인 잡스의 ‘왼팔’로 불린 제이 엘리엇 전 애플 수석 부사장이 저자인 까닭이다. 지근거리에서 지켜 본 ‘진정한 스티브 잡스’의 모습을 포착했다. 잡스에 대한, 애플에 대한 무수한 오해와 오류에 대한 진실이 궁금하다면 이 책을 펼쳐보면 된다.

하현옥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