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칼럼] 서울모터쇼, 중국 이기려면 중국과 손잡아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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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박동훈
한국수입차협회장

올해로 여덟 번째인 ‘2011 서울모터쇼’가 끝났다. 국내외 35개 완성차 업체를 포함해 8개국 139개 자동차 관련 기업이 참여해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숫자로 보면 성공을 거뒀다. 그러나 세계 5대 자동차 생산국을 대표하는 모터쇼라고 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다. 역대 최대 규모라고는 하지만 2009년 서울모터쇼와 비교해 보면 참가업체 수와 세계 최초로 공개되는 차량인 ‘월드 프리미어’가 감소했다. 자동차 업계 거물의 방문도 적었고, 해외 취재진 역시 찾기 힘들었다. 게다가 해외 모터쇼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홍보 모델이 전시차량 수보다 더 많은 기이한 현상도 나타났다. 관람객 100만 명 돌파를 위해 차량 10대를 경품으로 내건 것 역시 차가 주인공이 돼야 할 모터쇼의 본질을 흐리게 했다.

 나아진 점도 있다. 당시 금융위기의 여파로 대거 불참했던 수입차 업체가 이번에는 대부분 참여했다. 국내에 처음 공개하는 신차도 2009년 49대에서 59대로 늘었다. ‘바퀴 위의 녹색 혁명’이라는 슬로건에 걸맞게 친환경차도 44종이나 소개됐다.

 하지만 여기서 만족해서는 안 된다. 우리나라가 생산량 기준으로 세계 5대 자동차 강국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서울모터쇼의 위상을 지금보다 더욱 높여야 하기 때문이다. 자동차 강국에는 각 나라를 대표하는 모터쇼가 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미국 디트로이트, 프랑스 파리, 일본의 도쿄모터쇼가 세계 4대 모터쇼로 명성이 높다. 그 다음으로 인정받는 제네바 모터쇼도 자국 차 중심인 4대 모터쇼와 달리 중립적인 모터쇼라는 점에서 차별화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중국의 양대 모터쇼인 베이징·상하이 모터쇼는 강력한 경쟁자다. 중국은 세계 제1의 자동차 생산국이자 시장 규모에서도 2009년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로 부상했다. 이런 결과 전 세계 자동차 업체들이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결국 서울모터쇼가 경쟁력을 얻기 위해서는 자기 색깔을 가져야 한다. 규모로 경쟁한다면 중국의 양대 모터쇼에 힘이 부친다.

 무엇보다 국내 완성차 업체의 역할이 중요하다.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핵심 차종을 서울모터쇼에서 공개한다면 해외의 관심은 높아질 것이다. 물론 쉬운 선택은 아닐 것이다. 상당 기간은 서울모터쇼의 홍보 노출 효과가 해외 모터쇼보다 낮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차량 전시 외에 차별화된 부대행사를 개최하는 전략도 고민해 봐야 한다. 예컨대 한국이 정보기술(IT) 강국이라는 점을 살려 ‘자동차와 IT’의 결합과 관련된 주제로 행사를 기획할 수 있을 것이다. 올해 초 미국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 전시회인 CES에 세계적인 자동차 최고경영자(CEO)들이 대거 기조연설자로 등장한 것을 감안한다면 결코 어색하지 않다. 이달 19일 개막하는 상하이모터쇼를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규모로 경쟁하기가 현실적으로 힘들다면 비슷한 시기에 열리는 만큼 양측 조직위가 만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하는 것도 현실적인 방안이다.

박동훈 한국수입차협회장 (폭스바겐코리아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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