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울산 앞바다, 내년부터 오물 못 버려 비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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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설물과 음폐수(음식물쓰레기 폐수)도 쓰레기의 한 종류다. 이런 오물은 각 지역 하수종말처리장에서 미생물을 이용해 처리한다. 그 결과 나오는 게 검은색의 끈적끈적하고 악취가 심한 하수 슬러지다. 전국 하수종말처리장에서 수거되는 하수 슬러지는 하루 8300t. 환경부에 따르면 하수 슬러지의 재활용률은 20%로 낮은 수준이다. 가공해 시멘트나 건자재 등의 부원료로 투입하거나 퇴비로 사용한다. 일부는 지렁이 사육용으로 쓰기도 한다.

 하수 슬러지의 주 처리 방법은 해양 투기다. 발생량의 절반가량을 전북 군산이나 울산 앞바다에 버려 왔다. 악취가 심해 민원이 많다 보니 처리 비용이 육상매립(평균 t당 1만1000원)의 4배가 넘는 해양투기(t당 4만7000원)를 선택한 것이다. 하지만 내년부터 국제협약(96년 런던협약 의정서)에 따라 해양 투기가 전면 금지된다. 매립을 하든, 소각을 하든 지상에서 처리해야 한다. 이에 대비해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는 하수 슬러지로 복토재를 만드는 공장(사진)을 가동 중이다. 2008년 말 400억원을 들여 완공해 지난해부터 그린에너지개발이 위탁 운영 중인 이 공장은 하루 1000t까지 하수 슬러지를 처리할 수 있다. 하수 슬러지와 생석회·고화제를 2대 1 비율로 섞은 뒤 양생하는 과정을 거치면 일반 흙과 비슷한 복토재가 된다. 여기서 생산한 복토재는 쓰레기를 덮는 데 사용된다. 그린에너지개발의 이환규 본부장은 “양생을 오래 할수록 악취는 줄일 수 있다”며 “복토재에 유기물이 많기 때문에 농사용으로 공급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공장 옆엔 하수 슬러지로 연료를 만드는 시험공장도 가동 중이다. 수분이 80%가 넘는 하수 슬러지는 유기물 덩어리여서 잘게 분쇄해 함수율 10% 이하로 바싹 말리면 kg당 3500~4000칼로리의 열량을 내는 연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시험공장의 하수 슬러지 처리 용량은 100t으로 공정을 끝내면 10t의 연료를 얻을 수 있다.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는 이 시험공장의 운영 경험을 토대로 연말까지 하루 1000t의 하수 슬러지를 처리할 수 있는 연료화 공장을 건설 중이다. 여기서 나오는 연료는 서부발전과 동부발전에 납품하기로 지난해 양해각서를 교환했다.

차진용 산업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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