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ality Bites O.S.T.

중앙일보

입력

X세대. 그것은 1990년대의 젊음을 상징하는 하나의 심볼이 되어 버렸다. 그리고 이 영화는 그러한 X세대들의 사랑과 고민을 솔직담백하게 풀어나간 영화다. 국내에서 잘 알려진 위노나 라이더, 에단 호크가 주연을 맡았고, 메기폰을 잡은 벤 스틸러도 주연격으로 출현해서 돈많고 매력적인 여피족으로 연기하기도 했다.

여피족과 가수 지망생 사이에서 혼란스러워하는 위노나의 삼각관계를 포인트로 잡으면서도, 미국 신세대들의 방황과 기성세대에 대한 불만을 표현하는 것을 잊지 않은 전형적인 청춘물이다. 국내에서는 개봉되지 않았지만, 〈청춘스케치〉라는 제목으로 비디오가 출시되어 꽤 많은 사랑을 받았다.

OST는 이 영화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무기 중의 하나다. 모던록 위주로 꽉 차여있는 이 한 장의 OST를 보면 영화만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닌, 즉 Various Artist들의 곡들로 구성되어 있다. 총 14곡 모두 발랄하면서도 고뇌하는 젊음을 담고 있는 명곡들이지만 그중에서도 주목할 만한 몇가지 이슈를 중심으로 엮어나가고자 한다.

★ 과거의 히트곡을 재활용하다.

▷ My Sharona(The Knack)

이곡은 이미 1979년 빌보드차트 정상을 차지한 경력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79년이나 영화의 OST로 재사용된 94년에는 거의 알려지지 않았다가 최근 모 PCS 광고의 배경음악으로 사용되는 바람에 크게 히트를 하게 되었다. 발표된지 근 20년만에 빛을 본 재미있는 기록으로 남게 된 것이다.

▷ All I Want Is You(U2)

주목하지 않을 수 없는 U2! 이 곡 역시 1988년에 이미 크게 히트했던 명곡이다.

▷ Tempted(Squeeze)

'뉴웨이브의 존레논과 폴 메카트니'로 불렸던 Squeeze의 1981년 히트곡으로, 이 영화를 위해 리메이크되었다.

★ 스타덤에 오르다.

▷ Stay(Lisa Loeb & Nine Stories)

영화가 다 끝난 후, 자막이 올라가면서 흘렀던 곡으로 아마 이 영화를 본 사람들의 대부분이 가장 주목했을 것이다(이 영화가 국내 극장에서 개봉되었다면 관객의 90%는 이곡을 듣지 못했을 것이다. 영화가 끝나기가 무섭게 빠져나오는 국내의 영화팬들이 놓친 OST는 얼마나 많을까).
암튼, 신선하고 귀여운 위노나의 이미지를 맑게 투영한 듯한 이 곡 덕분에, Lisa Loeb & Nine Stories는 그해 그래미 어워드에서 신인상을 챙길 수 있었다(이들의 앨범 역시 버릴 곡이 하나도 없는 훌륭한 음반이다).

★ 진짜 에단호크가 불렀을까?

▷ I'm Nuthin'(Ethan Hawke)

이 영화를 보면서 한번쯤은 의아심을 가졌을 만한 사실일 것이다. 가수 지망생 록커로 등장하는 에단호크가 총 2곡을 직접 부르는데 아쉽게도 한곡만이 앨범에 수록되었다(위노나를 위해 애절하게 부르는 그 문제의 곡은 영화에서만 감상할 수 있다). I'm Nuthin'은 이 영화의 주제를 가장 잘 부각시키는 대표곡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늘 어설프기만 한 자신의 현실을 담배와 맥주에 찌든 목소리로 이렇게 외친다.
'사람들이 떠들어대는 American Dream? 이젠 지겨워. 모두 사라져버렸어. 나를 위한 것은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아. 왜냐면, 난 별볼일 없는 놈이니까...'

★ 그리고...

▷ Baby I Love Your Way(Big Mountain)

위노나와 여피족인 벤 스틸러가 자동차 안에서 사랑을 나누고 있을 때, 때마침 에단이 이를 목격하는 장면에서 흐르는 곡이다. 사랑한다고 말하기엔 너무 오랜 친구이자 그저 별볼일 없는 남자로 비춰지는 자신과 돈많고 능력있는 여피족에게 그 사랑을 빼았겼을 때의 그 느낌을 잘 전달시킨 레게풍의 발라드곡이다. 이곡은 특히 다른 영화에서도 자주 애용될 정도로, 사랑의 테마로서의 성격이 강한 곡이기도 하다.

10년마다 신세대를 칭하는 용어가 탄생된다고 한다. 50년대에는 비트족, 60년대는 히피족, 70년대는 여피족 그리고 90년대의 X세대. 이와 함께 이것을 반영한 음악과 영화가 수없이 탄생되고 사라져 가기도 했다. 다가오는 2000년대의 신세대는 어떤 이름으로 불려질지는 모르겠지만, 현실에 대한 비판과 사회문제 - 결손가정, 에이즈, 고학력 미취업 등 - 는 더욱 증가되어 어느 순간 폭발하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느 세대에서나 공통적으로 베어나오는 기본 바탕, 즉 사랑과 우정, 불확실하지만 꿈꿀 수 있는 미래, 자아의식 등의 주제를 가지고 끊임없이 이야기할 수 있는 한, '젊음'이라는 단어는 늘 신선한 충격으로 우리들의 가슴속을 불태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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