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상실 대학, 법대수석합격생 폭풍의 갈등, 캠퍼스 소설 ‘나의 은하계’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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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본질의 바탕이 되는 철학과 시를 통해서 삶을 이야기하는 유례가 없이 독특한 예술적 성장소설 나의 은하계는 잃어버린 첫 생각(자아)을 찾는 '성준'이 세상 생각 속을 떠도는 유령에서 내면의 가장 이상적인 생각을 따르는 이상인(理想人)이 되는 예술(藝術)적 성장을 따라가는 의식의 흐름에서 인간 내면에 존재하는 ‘가장 이상적인 생각’을 ‘파우스’라는 하나의 캐릭터로 탄생 시켰다.

인간 내면에 존재하는 가장 이상적인 첫 생각(자아)을 형상화 한 캐릭터 이상인(理想人) 파우스는 주인공 성준의 삶을 이끌어준다. 자신의 생각을 지키기 위해 온갖 생각이 난무하는 세상 모든 잡생각에 맞서 싸우는 위기의 순간에 직면할 때 마음 깊숙한 언저리서 들려오는 내면의 소리의 주인 파우스가 용기를 주고, 인간이 생각할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생각으로 낡고 모순된 세상을 꿰뚫어 진실을 알려준다. 세상의 눈으로 보지 말고 자신의 내면 깊숙이 존재하는 마음의 눈으로 보면서 자기 세계를 만들어가는 내면의 소리 파우스는 삶의 동반자이다.

세상에 길들여지고 탐욕에 사육되느라 죽어버린 내면을 일깨우기 위해 시집(詩集)을 탐독하고, 어떤 인간도 풀지 못한 황금 질문 “나는 누구인가?”에서 폭풍의 갈등을 경험한 저자의 노력이 돋보인다. ‘인간 최대의 꿈은 자기 세계를 가지는 것이다.’ 라며 "어디다 불을 지펴 무엇을 달굴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똑 같은 교복을 입고 머리를 짧게 깍은 주인공 성준은 ‘합당한 대접을 받고 싶다’며 학생 인권을 주장하다 문제아 취급을 당한다. 경술국치 100년이 지난 오늘날까지도 일본 잔재가 청산되지 않고 있는 걸 “해방은 됐지만 독립하지 않았다”며 치욕의 분노를 토로한다.

나의 첫 생각은 묵살 당했다. ‘나는 누구인가?’ 하는 첫 의문은 비웃음을 받았다. 미지의 소녀에 대한 첫사랑과 날카로운 첫 키스의 숭고함이 솟구쳤던 첫 감정은 조롱받는 웃음거리가 됐다. 내가 꿈꾸는 이상 세계는 무너지고, 나의 첫 꿈이 짓밟힌 하루였다. < - 48쪽 >

입시지옥에서 일등 하는 순간부터 신(神)으로 대접받고 법대 수석 합격했지만 자신의 모든 것을 잃어버린 주인공 ‘성준'은 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탐독한 뒤 정답에 길들여지고 제도에 사육된 자신이 “말종 인간”이라는 걸 알고는 잃어버린 자신을 찾기 위해 처절한 철학 여행을 한다.

시낭독회에서 감동을 받고 카타르시스를 체험한 성준은 입시지옥에서 정답에 길들여지고 일등하려는 탐욕에 죽어비린 내면을 어떻게든 일깨우기 위해 ‘어느 가슴엔들 시가 꽃피지 않으랴’하는 시집(詩集)을 수차례 탐독하는 동안 바람이 전하는 소리를, 별빛에서 희망의 빛을, 잃어버린 태양과 별의 의미는 물론 이상(理想)의 가치를 알아가면서 시(詩)를 품을 수 있는 가슴을 가지게 된 것을 기뻐한다.

“뭔가에 미쳐보지도 못하는 게 어디 인간이야?”
맹렬하게 번득거리던 눈을 감으며 고개를 떨어뜨린 조서영은 한숨을 내쉬었다.
“미지를 탐험하는 짜릿함도, 새로운 느낌에 전율하는 심장의 박동도 없었지. 어린 게 건방지게 더 이상 자라지 않겠다는 거였지. 장차 얼마나 큰 그릇이 될지 모르면서……. 고뇌하기 싫고, 아프기 싫어 방황을 거부하며 인간이기를 포기했던 거였어.”
굳은 표정으로 쳐다보는 성준을 빤히 보며 입을 열었다.
“그런 게 무슨 죄냐고? 고뇌하지 않은 죄. 맞서 싸우며 내 생각을 지키지 못한 죄. 방황하지 않은 죄. 너무나 평범한 대죄까지……. 보이지 않는 길이 두려워 눈앞에 보이는 것에 눈이 먼 겁쟁이였어. 그 이상을 믿지 않는 눈먼 젊은이들처럼 아무 생각 없이 가장 평범한 선택을 해버린 거야.” 조서영은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허탈하게 내뱉었다. < - 310쪽 >

열정을 잃고 취업 공부에 꿈과 이상을 상실한 캠퍼스의 자화상이 어른거리는 대목이다. 잃어버린 자신을 찾아 세상 속을 떠도는 캠퍼스 유령들의 탄식은 대학을 거부한 김예슬 선언의 단면을 보는 듯하다.

돈 안 되는 문학 동아리가 인원 미달로 폐쇄되자 마음의 안식처가 없어진 주인공 성준은 캠퍼스를 떠돌며 대학생활의 의미를 잃어버린다. 시인을 초청한 시낭송회에 여자친구 두리를 초대하여 시속에서 데이트를 하고, 낭송하는 시의 울림에 눈물로 녹아내리는 가슴속 응어리가 풀려 카타르시스를 경험한다. 폐쇄된 문학 동아리를 다시 창단하여 문인들을 찾아가 원하던 문학 공부를 한다. 동아리 축제를 준비하는 피 끓는 젊은이들은 단순한 취업과 돈을 넘어 꿈과 이상을 추구하는 삶의 절정에서 동경하던 첫 축제를 펼친다.

"인간은 세상 생각 속을 떠돌아다니는 유령이다."라며 인간의 기존 생각에 문제를 제기하고, 철학과 시(詩)를 통한 예술적 성장이라는 대안을 제시한 문제작이다.

인생이 시작되는 사춘기부터 삶으로 치달아가는 20살까지의 격동기에 마주치는 수많은 갈등을 헤쳐 나가는 치열한 성장 소설이다. 젊은 시절 반드시 관통해야 할 철학 여행은 물론 시집을 탐독하다보면 일깨워지는 내면의 가치를 성찰해보는 경험을 하게 될 나의 은하계는 인간 내면에는 가장 이상적인 생각이 존재하지만 현실에서는 세상의 뭇 생각들 속을 떠돌기만 한다. 그러나 정작 ‘삶을 이끌어 가는 것은 첫 생각이다’라고 한다.

[ 박응상 지음/ 아름다운사람들 ]

<이 기사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르며, 해당기관에서 제공한 보도 자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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