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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어를 삭혀서 먹는다고요? 칠레인들 고개를 절레절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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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교차가 큰 날씨와 깨끗한 물, 튼튼한 토양이 만들어내는 칠레 포도.

이번 칠레 맛 여행단의 가장 큰 특징은 국적이 모두 다르다는 점이었다. 이른바 ‘다국적 맛 방랑단’이라고나 할까. 미국이나 캐나다 같은 친숙한 나라부터 북유럽의 스웨덴·덴마크, 남미의 브라질·콜롬비아 등 솔직히 낯선 나라 출신이 더 많았다. 7개 나라의 음식 칼럼니스트들은 서로 상대방의 음식문화에 깊은 관심을 보였다. 음식 관련 서적을 8권이나 낸 캐나다 음식 칼럼니스트 루시 웨이버맨은 “지난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때 맛봤던 김치찌개와 순대를 아직도 잊을 수 없다”며 유일한 아시아 국가 참가자를 반겼다.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는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깨끗했고, 고층 빌딩이 많았다. 한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나라답게 산티아고 같은 대도시 길거리엔 삼성·현대·기아 같은 한국 대기업 간판이 즐비하게 서 있었다. 심지어 한류 바람까지 불고 있었다. 산티아고의 한 레스토랑에서 만난 마가리타 만다코빅(45)은 “산티아고에서 한국 가요가 인기가 많다”며 갑자기 샤이니의 ‘링딩동’을 불렀다. “18세의 딸이 샤이니와 슈퍼쥬니어 열혈 팬이라 강아지 이름을 태민(샤이니 멤버)이라고 지었다”는 얘기까지 들려줬다.

 반면 칠레에서 한국 음식은 아직 낯선 존재였다. 산티아고 번화가에 일식당은 많았지만 한식당은 없었다. 여행에 동행했던 칠레 셰프 크리스티앙은 “산티아고에서 스시는 트렌디한 이미지로 인기가 많지만 아직 한국 음식은 어떤 것인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칠레 원주민 마푸체족의 음식은 인상적이었다. 단순하고 소박했지만 민족 고유의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다. 레스토랑 주인 아니타 에퓰레프(40)는 “매일 아침 산을 올라 그날 쓸 채소를 뜯어 온다”며 “하루에 손님을 10명만 받는다”고 말했다. ‘안데스산 첩첩산중에서 웬 원테이블 레스토랑이람?’ 혼자 의아해하고 있었는데, 아니타 에퓰레프가 기억에 두고두고 남을 이유를 설명했다. “음식을 통해 우리 마푸체족 아이들에게 정체성을 가르치고 싶어 식당을 열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이 식당은 돈을 목적만으로 운영하는 게 아니었다.

 덴마크 칼럼니스트 도로시 플레칭거(53)는 “채소를 직접 가꿔 단순한 방식으로 요리하는 건 덴마크의 트렌디 레스토랑 ‘노마’의 방식과도 일맥상통한다”고 설명했다. 도로시의 평을 듣는 순간 우리 할머니들이 텃밭에서 뜯어 차린 푸성귀 가득한 시골 밥상이 떠올랐다.

 이참에 칠레에 관해 잘못 알려진 몇 가지를 알린다. 남미 음식이라면 맵고 강렬한 맛을 먼저 떠올린다. 그러나 칠레 음식은 거의 간을 하지 않는다. 건강식인 건 틀림없지만 자극적인 맛에 익숙한 한국인 입맛에는 많이 힘들었다. 그리고 홍어. 한국에선 그 흔한 칠레 홍어를 현지에서는 먹지 않았다. 홍어의 존재를 아는 사람도 거의 없었다. 일정 중에 만난 칠레 사람 가운데 홍어를 아는 사람은 셰프 크리스티앙밖에 없었다. 오히려 한국에서 엄청난 양의 칠레산 홍어를 수입해 삭혀 먹는다는 말에 칠레 사람들은 기겁한 표정을 지었다.

 이상은 기자

TIP  칠레에 자동차 수출하고 와인·홍어 수입하죠

남아메리카 서남쪽에 남북으로 길게 뻗어있다. 수도는 산티아고, 종교는 가톨릭, 언어는 스페인어다. 길이 약 4300km, 폭 175km로 국토가 좁고 길어 기후도 지역별로 다양하다. 한국과 칠레의 교역량은 지난해 4월부터 1년간 71억7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한국에서 칠레에 수출하는 주요 품목은 경유·자동차, 주요 수입 품목은 동괴 같은 산업 원자재와 적포도주·홍어·돼지고기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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