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통령도 감탄한 ‘메이와쿠 문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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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동일본 대지진이 발생한 뒤 한 달이 지나는 동안 한국과 일본 양국 관계는 굴곡이 심했다. 지진 직후 한국에서 ‘간바레! 니혼(頑張れ! 日本·힘내라, 일본)’을 모토로 일본 돕기 열풍이 불면서 새로운 양국 관계 발전의 희망을 보여줬다.일본 국민이 위기 극복 과정에서 보여준 꿋꿋함은 그 열기를 고조시켰다. 특히 ‘메이와쿠 가케루나(迷惑 かけるな·남에게 폐를 끼치지 말라)’를 좌우명으로 여기며 사는 일본인 특유의 자제력에 상당수 한국인은 감탄했다.

 이명박 대통령도 예외는 아니었다. 대지진 발생 며칠 뒤 참모들과 머리를 맞댄 이 대통령은 일본의 ‘메이와쿠 문화’에 대해 상세하게 언급했다고 한다. 이 대통령은 “밤에 일본의 TV 프로그램을 봤더니 이번 쓰나미로 자식을 잃은 아주머니가 나왔더라. TV 리포터가 ‘왜 자식을 잃고도 눈물을 많이 흘리지 않느냐. 왜 목 놓아 울지 않느냐’라고 묻자 이 아주머니는 ‘난 한 명의 자식을 잃었다. 내 주변에 자식을 두 명, 세 명을 잃은 사람도 많다. 내가 너무 슬프게 울면 그런 분들에게 폐가 된다’고 말하더라. 그 이야기를 듣고 난 정말 크게 놀랐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동석했던 참모들이 전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 대학 캠퍼스에선 일본인 유학생과 한국인 학생들이 함께 어우러진 모금활동이 펼쳐졌다. 중앙일보와 대한적십자사 등이 공동으로 펼친 일본 지진 피해자 돕기 공동 모금액은 시작 일주일 만에 100억원을 넘었다.

 그러나 지난달 30일 ‘한국이 독도를 불법적으로 점거하고 있다’고 기술한 일본 중학교 사회 교과서들이 검정을 통과하면서 모처럼의 우호 분위기는 반감됐다. 일본이 후쿠시마 제1 원전 오염수의 대량 방출을 미국에만 알리고 한국에는 사전 통보하지 않은 사실도 드러나면서 양국 정부 사이엔 미묘한 긴장감까지 형성됐다.

  정부의 한 핵심 관계자는 “방사성물질 유출과 오염 식품의 수출입 문제처럼 이웃나라로서 양국이 협력해야 할 분야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라며 “원전 안전 문제에 대한 양국 전문가들의 협력 방안이 논의되고 있듯 분야별로 소통 채널을 늘려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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