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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교수의 사퇴 주장에 … 서남표 “그 사람 생각일 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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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서남표 KAIST 총장(왼쪽에서 둘째)이 8일 밤 KAIST 창의관에서 학생들과의 간담회를 마치고 일부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대전=프리랜서 김성태]


KAIST 서남표 총장은 최근 잇따른 학생 자살 사태에 대해 “학생들이나 학교 모두 다시는 이런 일을 겪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나 ‘책임을 지고 사퇴해야 한다’는 서울대 조국 교수 등 일부 여론에 대해선 “그 사람의 생각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물러날 뜻이 없다는 것이다. 서 총장은 8일 자정 무렵 학교 내 창의학습관 강당에서 ‘총장과의 간담회’를 끝낸 뒤 본지 기자와 단독으로 만나 이렇게 말했다.

 서 총장은 또 KAIST에서 ‘징벌적 등록금’과 함께 문제가 되고 있는 ‘영어 강의’에 대해 수정할 뜻이 없음을 확실히 했다. 그는 “세계와 경쟁하기 위해선 영어를 잘해야 하는 것이 필수이기 때문에 ‘영어 강의’도 꼭 해야 한다”고 말했다. 영어 강의를 문제 삼는 학생들은 아직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에 그런 말을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8일 오후 8시 서 총장은 KAIST 창의학습관 강당에서 학부 총학생회에서 요청한 ‘총장과의 간담회’에 참석했다. 서 총장은 예정된 시간보다 조금 늦게 보직교수들에 둘러싸여 강당에 들어섰다. 강당 안은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으며, 좌석 300여 석과 복도는 학생들로 가득찼다.

 간담회는 예정보다 한 시간이나 늦게 시작됐다. 서 총장이 “간담회를 비공개로 하지 않으면 참석하지 않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학교 측의 요구를 격론 끝에 수용했다. 일부 취재진이 물러났다.

 간담회가 시작되자마자 학생들은 격한 감정과 말을 쏟아냈다. 항공과 한 여학생은 “올 들어 학생 네 명이 자살했다”며 “학교가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서 총장은 “좋은 의도에서 제도를 만들었지만 불만이 많았다”며 “앞으로 소통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학생들의 질문과 서 총장의 답변.

 -빠듯한 학교 생활에 진이 빠진다. 여유를 갖게 해달라. 중간고사가 끝나고 나서 곧바로 다른 숙제를 해야 한다.

 “좀 더 여유를 가질 수 있도록 하겠다. 교수들에게 수업 부담을 20%만 줄여 달라고 주문했다.”

 -교양 과목이 너무 형식적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제대로 배울 만한 것이 모자란다.

 “현재의 인문학부 역량으로는 KAIST 학생들의 인문학 소양을 심어주기에는 부족하다. 그래서 인문학부를 대대적으로 확충할 계획이다. 이미 인문학부 학장과도 협의를 했다.”

 -5년 동안의 개혁적 제도를 재검토할 생각은.

 “외국에서도 KAIST의 개혁적 제도를 따라 하는 곳이 있다. 또 내 교육철학은 학생 시절부터 교수를 거치고, 정부 기관에서 일하는 등 많은 경험을 통해 만들어진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새로운 게 있으면 받아들이겠다.”

대전=박방주 과학전문기자, 신진호 기자
사진=프리랜서 김성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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