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팔순 노교수가 해설하는 ‘나를 흔든 아리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2면

 내 마음의 아리아
안동림 지음, 현암사
520쪽, 3만5000원

안동림 전 청주대 영문과 교수는 5일 팔순 생일을 맞았다. “그 이틀 전에 내가 죽어서 묻힐 자리를 찾아갔어요. 남들은 기분이 이상하다고 하던데 난 좋더라고. 환히 웃고 있는 것 같은 따뜻한 땅이 상당히 마음에 들어.”

 그는 묏자리를 둘러보는 동시에 새 책을 냈다. 오페라의 주요 아리아 63곡을 뽑아 일일이 해설을 붙이고 『내 마음의 아리아』로 묶었다. 포털사이트 네이버에 2년 연재했던 내용이다. 이에 앞서 펴낸 책이 동양의 고전 『장자(莊子)』라는 사실을 아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1973년 초판이 나온 이 책을 93년에 이어 지난해 7월 다시 전편에 걸쳐 손질해 냈다. 교수·한학자·음악비평가·소설가·출판기획자 등 그에게 따라 붙는 직함은 여러개다. 그의 『장자』를 비롯해, 선불교 해설서인 『벽암록(碧巖錄)』해제본과 『이 한 장의 명반』 등은 각각 그 분야의 필독서로 자리잡았다.

 “오페라 아리아로 언젠가는 꼭 책을 내리라 생각하고 있었어요. 노래는 사람을 흔드니까. 오페라의 정수는 아무래도 줄거리보다 노래라고.” 이번 책엔 이탈리아 오페라를 위주로 했다. 이탈리아어를 새로 공부하면서 기존 노랫말 번역의 오류를 바로 잡았다. ‘리골레토’ 중 유명한 ‘여자의 마음은 갈대와 같고’에서 ‘갈대’는 ‘깃털’로, ‘아이다’의 ‘청아한 아이다’는 ‘거룩한 아이다’로 바꾸는 식이다. 원래 뜻에 가깝게 고친 것이라고 했다. 팔순을 맞아도 분야를 넘나드는 에너지는 사그라지지 않는 것 같다.

김호정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