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1억 달러 투자…손정의 소프트방크 사장

중앙일보

입력

“빌 게이츠나 루퍼트 머독이 아무리 훌륭한 슈퍼스타라도 그들이 춤추는 무대는 내 것이다. 나는 배우보단 디지털혁명을 기획하는 연출자가 되고 싶다.”(‘손정의 바람이 분다’ 中에서)

인터넷 세계에서 광활한 제국을 건설한 손정의 일본 소프트방크 사장(42)이 한국 인터넷 시장 ‘기획’에 나섰다.

孫사장은 지난 99년 12월21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열린 한국 인터넷 투자 지주회사인 소프트방크홀딩스코리아(SBHK) 설립 조인식에서 “2년 내에 한국의 인터넷 기업 1백여개를 발굴, 1억 달러 이상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孫사장의 한국 투자는 세계 7백80개 인터넷 기업에 투자한다는 마스터 플랜중 하나다. 미국에서 1백40여개 인터넷 기업에 투자하고 있는 孫사장은 요즘 아시아권으로 눈을 돌려 한국은 물론 중국에도 1백개 인터넷 기업에 투자할 계획을 내놨다.

孫사장은 “지분 20%를 출자한 나래이동통신과 투자대상을 물색중”이라면서 “인큐베이팅 단계 회사 20%, 창업초기 단계 40%, 공개 직전의 성장단계 40%로 나눠 키울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SBHK 사장 내정자인 이홍선 나래이동통신 사장은 “2000년 1월 인터넷 기업에만 투자할 ‘손정의 펀드’ 1호가 1천억원 규모로 선보인다”고 밝혔다.

‘인터넷의 지배자’답게 孫사장이 꿈꾸는 인터넷 제국의 영토는 무한히 넓다. ‘미쳤다’는 이야기까지 들으면서 적자에 허덕이던 美 야후에 1억 달러를 쏟아부으며 미국땅을 점령한 孫사장은 이제 아시아 정복까지 노리고 있다.

孫사장은 “오는 2005년엔 중국의 인터넷 사용자가 3억명으로 늘어 미국(2억명)·일본(8천만명)을 누르고 인터넷 혁명의 중심지가 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한국이 중국이나 미국에 뒤지지 않으려면 인터넷 인프라를 개선하고 모든 학생들이 PC와 인터넷을 공짜로 쓸 수 있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여기에 드는 돈은 고속도로나 다리를 짓는 것보다 훨씬 싸게 먹힌다는 것. 孫사장은 이미 이런 자신의 생각을 일본 정부는 물론 한국 정부에도 건냈다.

孫사장의 투자계획이 알려지면서 증시에서는 ‘손정의 주가’또는 ‘손정의 칩’으로 불리는 재료로 특히 코스닥이 후끈 달아올랐다. 다만 특정 기업 이름이 거론되진 않았기 때문에 어느 기업이 ‘낙점’을 받을 것이냐를 두고 추측이 무성했다.

孫사장은 또 나스닥 코리아를 거론하며 금융부문 투자에도 관심을 보였다. 인터넷 분야에서만 보면 한국의 주식시장이 일본보다 낫다는 것. 그는 “코스닥 관계자들과 한 차례 만나 지분투자를 협의한 일이 있지만 어떻게 될지는 알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부 네티즌들은 孫사장이 ‘산타’는 아니라는 글도 많이 올렸다. 孫사장이 크리스마스 선물이 아닌 비수를 들고 왔다는 주장이다.

이들은 孫사장이 성장 가능성이 큰 벤처기업을 코스닥 등록 전에 사들여 나중에 비싸게 파는 것에만 관심이 있다고 평가절하했다. 특히 나스닥 코리아는 결국 코스닥 시장을 무력화시킬 것이라고까지 비난했다.

아무튼 4년 전 기업사냥을 시작한 孫사장은 야후·사이버캐시·지오시티·E*트레이드를 비롯, 세계 유수의 인터넷 기업을 장악하고 있다.
돈도 많이 벌었다. 미국 포브스지는 99년 5월 손정의를 일본 3번째, 세계 46번째 부자로 올렸다. 도쿄 아자부에 있는 손사장의 3층짜리 저택(연건평 8백10평)은 시가 50억엔은 나간다. 10~15년이면 빌 게이츠도 누를 수 있다는 그의 확신은 그런 자신감에서 나온 것인지도 모른다.

인터넷 제국의 영토를 아시아권까지 넓히고 있는 그의 공격적 투자가 국내 인터넷 산업에 어떤 변화를 몰고 올지 관심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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