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우보이 비밥〉이 사랑받는 이유?

중앙일보

입력

지금 우리 나라에서 많은 애니메이션이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와중에, 확실한 매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는 〈카우보이 비밥〉이라는 작품이 있다. 이미 PC 통신이나 인터넷 상에서는 이 작품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모임이 생겨났고 〈카우보이 비밥〉의 일어판 VCD는 굉장한 인기를 누리며 팔리고 있다.
이렇게 〈카우보이 비밥〉이 우리 나라에서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이유를 한번 알아보자.

먼저, 우리나라 성우들의 기여를 들수 있다.
애니메이션을 볼 때, 물론 중요한 것이 그 작품 자체의 질이겠지만, 그 만큼 중요성을 간과할 수 없는 것이 성우들과 그 작품 사이에서의 조화이다. 〈카우보이 비밥〉의 경우, 주요 캐릭터 3명(스파이크, 제트, 페이)의 연기를 맡은 성우들은 우리 나라에서는 그 실력을 인정 받은 성우들이며, 그들은 그에 걸맞게 자신들만의 독특한 목소리 색깔로 비밥에 어울리는 주인공들을 창출했다.

특히, 제트나 페이는 그 목소리를 맡은 우리 나라와 일본의 성우들의 분위기가 비슷한 반면, 일본의 스파이크(야마데라 코이치)와 우리 나라의 스파이크(구자형)의 음색이 사뭇 다른 편이라 처음엔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구자형씨는 자신만의 스파이크를 만들어 내는데 성공했고, 다른 캐릭터와의 완벽한 조화를 통해 이 작품을 무리없이 이끌어 나갔다.(개인적으로는 야마데라의 스파이크보다 구자형씨의 스파이크가 훨씬 더 멋있다고 생각한다)
팬들은 성우들의 깔끔한 연기로 더욱 그 작품 안에 몰두할 수 있었고, 이것은 작품이 가진 메시지를 훨씬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했다. 이에 사람들은 〈카우보이 비밥〉만이 가진 매력을 발견하게 되었고, 〈카우보이 비밥〉에 빠지게 된 것이다.

다음으로 비밥의 탁월한 Quality을 들지 않을 수 없다.
많은 사람들이 아는 사실이지만, 비밥은 처음 일본 도쿄TV에서 방영되었으나 곧 중단되었다. 일반 TV용 에니메이션과는 달리 감독이 화면상의 Quality를 굉장히 신경써서 그린 결과로 원래 예산을 훌쩍 뛰어넘은 것이었다. 하지만 WOW 방송에 의해 다시 만들어지게 되었고, 이로인해 다시 이 작품을 볼 수 있게 되었다.
이렇게 우여곡절 끝에 만들어진 〈카우보이 비밥〉은 역시 그 소문만큼 화면에서 이전의 TV용 에니메이션과는 다른 차별성을 가지고 있다. 사람들의 움직임이나 그 컬러는 물론이고 그림 자체의 정교함은 감탄을 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이다. session #5 "Ballad of Fallen Angels"에서 스파이크가 성당 유리창을 통해 떨어질 때, 스파이크의 눈을 통해 보여지는 유리창 파편이나 session #26 " The Real Fork Blues"에서 줄리아가 총을 맞아 쓰러지는 장면이나 스파이크와 제트가 비밥호에서 이야기를 나눌 때 비밥호 유리창에 비치며 지나가는 행성의 모습, 작품 중간 중간에 나오는 무중력 상태는, 영화와 같은, 아니 영화에서는 불가능하지만 에니메이션이기 때문에 가능한, 압권이다.

그리고 인물들의 표정이 아주 잘 나타있는 것도 빼놓을 수 없다.
다른 애니메이션에서는 자주 등장하지 않는 허무함이나 고뇌, 비통함이 인물들의 표정을 통해 여실히 드러나면서 시청자들은 비밥을 한 층 더 공감할 수 있게 되었고, 이에 비밥에 매료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공략 계층의 확실한 설정도 비밥의 성공 원인의 하나가 될 수 있겠다. 비밥은 19세이상 관람가로 성인들이 하루 일을 마치고 여유롭게 즐길 수 있는 시간대인 밤 11시에 방영되었다(현재 밤 12시에 방영중). 그뿐만 아니라, 그 구성에 있어서도 일본 만화 특유의 탄탄한 세밀함 아래, 환경 파괴에 대해 이야기하고 기계 문명에 대해 비판한다. 마피아와 얽혀 있는 주인공, 그리고 결국엔 죽음을 맞이하는 주인공(우리가 본 애니메이션 중에서 주인공이 죽는 만화는 몇이나 될까?) 등 전혀 만화답지 않고 진지한(그렇다고 만화는 원래 유치하다는 것은 아니다), 이전 만화와는 다른 스토리로 짜여져 있다.

애니메이션·만화하면 아직도 많은 이들은 그저 어린이를 대상하는 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지만, 사실 어린이들 못지 않은 청소년들·성인들 팬들도 많다. 현재 공중파에서 방영되는 애니메이션들은 청소년·성인 시청자들의 욕구를 완전히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그들이 자신들의 취향에 목말라 하던 차에 〈카우보이 비밥〉이 온 것이고, 이전의 애니메이션과는 다른 이 작품만의 특징으로 시청자들은 열광하게 된 것이다.

작품 중에 흘러 나오는 음악도 빼 놓을 수 없는 부분인데, 최고 거장인 칸노 요코의 음악은 작품 전체의 분위기를 형성하고 때로는 그 내용을 함축하면서 비밥의 인기를 높이는데 톡톡히 한몫을 했다.

확실한 캐릭터의 설정이나 간혹 나오는 멋진 대사 등 아직도 〈카우보이 비밥〉을 성공으로 이끈 요인은 얼마든지 있지만, 결국 종합해 보면, 〈카우보이 비밥〉이 우리 나라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다름' 때문이었다. 이 '다름'은 〈카우보이 비밥〉 작품 전체를 통괄하는 하나의 '명령어'로, 다른 만화에서는 볼 수 없었던 것을 비밥은 가지고 있고, 이런 '다름'을 통해 우리와의 '같음'을 발견할 때의 희열이 비밥을 만든 이유라고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이제 곧 비밥은 극장용 에니메이션으로 만들어져 공개된다고 한다. 아직 일본 에니메이션이 국내에 합법적으로 상영될 수 없어서, 더 많은 사람들이 좋은 작품을 같이 즐길 수 없는것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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