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KBO, 새 체제로 도약 준비

중앙일보

입력

프로야구 민선 총재 시대 2기를 앞둔 한국야구위원회(KBO)가 그동안의 실험을 끝내고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18년 동안 계속되어온 낙하산 총재를 거부하고 박용오 당시 OB베어스 구단주를 총재로 뽑아 사상 최초의 민선총재 시대를 열었던 KBO는 오히려 총재와 사무국의 위상과 힘이 급전직하하는 부작용에 시달려왔다.

8개 구단 사장으로 구성된 이사회가 `관치'에서 벗어난 틈을 악용, 총재와 사무총장의 권위를 무시하고 담합을 통한 전횡을 일삼는다는 비난이 쉴새없이 쏟아진 한해를 보낸 것이다. 특히 구단 사장들은 사무국 조직과 인력, 경비에 대한 무자비한 칼질에 나서 한때 스포츠단체 가운데 최강의 `맨파워'를 자랑하던 KBO는 일상적인 업무조차 제대로 수행할 수 없는 무기력한 기구로 전락했다는 것이 중론이었다.

큰 기대를 모으며 출범했던 민선 총재 시대는 `구조조정'이라는 화두에 몰입하면서 실패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최영언 전 사무총장의 자진 사퇴에 이어 지난 28일 열린 올해 마지막 이사회를 통해 KBO는 사실상 지난 1년동안의 실험이 실패였다는 점을 시인하고 새로운 도약을 위한 준비에 착수하기로 했다.

이사회는 우선 폐지했던 기획부서를 부활하고 운영부서에 통합되어 있던 홍보팀을 따로 떼어내는 등 직제를 확대 개편했다.

구조조정이라는 명분 아래 무력화시켰던 사무국 기능에 대한 필요성을 다시 인정한 셈이다. KBO의 기획부서는 스러져 가는 프로야구의 인기를 되살리고 프로야구의 인기를 수입으로 연결시키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조직이었으나 이사회의 몰이해로 공중분해되고 말았었다.

또 2년 연속 최고 30% 가량 깎았던 임직원들의 급여도 10%를 올려주기로 했다. 이날 이사회에서 일부 구단 사장들은 "지난 1년동안 툭하면 규약을 바꾸는가 하면 사무국 직원들에게 생계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급여를 주면서 혹사시켰다는 비난이 많았다"는 자기 비판을 하기도 했다.

이런 인식의 변화를 바탕으로 KBO는 올해 프로야구 흥행성과를 새천년에도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최고의 프로스포츠로서 굳건하게 자리잡기 위한 기반 조성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겠다는 의지를 천명했다.

쌍방울의 처리 문제를 놓고 거론된 연고지 이동에 관한 태도 변화가 이런 의지를 대변하고 있다. 저마다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한사코 연고지 이동 또는 도시연고제 도입에 반대해오던 구단들이 쌍방울의 빠른 매각에 도움이 된다면 연고지 이동을 허용하겠다는 뜻을 보인 것이다.

박용오총재는 "쌍방울을 인수하는 기업이 원하는 지역으로 연고지를 옮겨주자는 제의에 1개 구단만 빼고 모두 찬성했다"면서 "반대하는 구단도 직접 구단주를 만나 설득하면 동의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KBO는 당장 내년 시범경기수를 예년보다 2배 가량 늘리면서 전 경기 입장료를 없애는 파격적인 조치를 단행했다. 프로 선수에게 문호를 전면 개방한 상무팀을 프로 2군 리그에 참여시키는 방안도 강력하게 추진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프로야구 안팎에 발이 넓고 수완이 뛰어난 이상국 사무총장이 새로 임명돼 박용오 총재와 호흡을 맞추게 된 것도 야구인들의 기대를 사고 있는 대목.

이제 KBO는 쌍방울 구단에 대한 처리만 원만히 이뤄진다면 제2의 전성기를 맞을기회를 맞은 셈이다.

한 관계자는 "지난 1년은 IMF 위기와 함께 갑자기 주어진 구단 자율이 잘못된 방향으로 흘러 시행착오가 많았다"면서 "내년부터는 총재의 권위와 사무국의 기능이 정상화될 것"이라고 최근 KBO 분위기를 전했다. [서울=연합]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