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반한 한국 (24) 말레이시아 TV 리포터 메리 베인의 한국 봄나들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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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봄 벚꽃 활짝 핀 서울 여의도에서 활짝 웃으며 사진을 찍고 있는 메리 베인.

연둣빛 남이섬, 겨울엔 어떨까 행복한 상상

‘나는 연분홍 벚꽃으로 덮인 길 위에서 흐뭇하게 미소 짓고 있는 내 모습을 보았다. 벚꽃나무 아래에서 나는 행복했다.’

 언제부턴가 내가 꿈꿔왔던 장면이다. 그리고 그 꿈이 마침내 현실로 이루어졌다. 지난해 4월 나는 한국을 처음으로 방문했다. 마침 한국은 벚꽃의 계절을 맞이하고 있었다. 여행의 동반자로 활짝 핀 벚꽃과 함께할 수 있다니, 4월에 한국을 방문할 수 있어 정말 행운이었다.

 나는 말레이시아에서 태어나고 성장해 지금은 TV 리포터로 일하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한마디로 말하자면 ‘늘 푸른’ 국가다. 울창한 숲으로 둘러싸인 열대지방이어서 한국처럼 뚜렷한 사계절을 경험할 수 없다. 그래서인지 말레이시아 사람에게는 눈 쌓인 겨울 풍경이나 벚꽃 흩날리는 봄날의 풍경은 상상할 수 없는 장면들이다.

 한국을 여행하면서 나는 한국의 봄 풍경에 흥분되었다. 말레이시아에서는 한 번도 볼 수 없었던 다채로운 빛깔의 언덕, 연분홍 벚꽃 가로수길이 자아내는 낭만적인 분위기에 나는 흠뻑 빠졌다. 특히 길가에 줄줄이 서 있는 벚꽃나무는 정말 아름다웠다, 그 풍경에 나는 어쩔 줄 모르고 소리를 질렀고 행복한 웃음을 지었다. 내 카메라는 갖가지 다른 모습의 벚꽃을 찍어대느라 정신없이 바빴다. 내 근처에 있던 한국인 여성들도 연방 사진을 찍어대며 웃었다. 꼭 나처럼 말이다. 모든 여성이 국적을 초월해 이 그림 같은 광경에 빠져들고 있었다.

 벚꽃은 1년에 한 번, 아주 짧은 기간 동안만 꽃을 피운다. 벚꽃을 즐기면서 나는 ‘Cherich(‘소중히 여기다’라는 뜻으로 영어로 벚나무를 뜻하는 ‘cherry’와 발음이 비슷함)’라는 영어 단어를 떠올렸다. 그리고 벚꽃 피는 시절을 소중히 생각하듯이, 길지 않은 우리의 삶도 소중히 가꿔야겠다고 마음먹었다. 한국 여행 첫날부터 나는 이 나라, 그리고 이곳의 벚꽃과 사랑에 빠질 것을 직감했다.

 8일간의 여정 동안 서울·남이섬·제주도 등을 방문했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드라마 ‘겨울연가’의 주요 촬영지였던 남이섬이다. 남이섬은 커플이 여행하기에 아주 적합한 아름다운 장소였다.

 남이섬은 나에게 매우 낯선 곳이었다. 여기에 있는 나무 때문이었다. 작은 길을 따라 서 있는 키가 큰 나무들은 남이섬의 상징이다. 그러나 이 나무는 말레이시아에서는 드문 종이다. 이 나무들은 계절에 따라 색깔이 다르단다. 내가 갔던 봄에는 갈색 나뭇가지에서 막 연둣빛 새싹이 돋아나고 있었다. 이 나무들은 여름이면 푸른 잎이 무성하고, 가을엔 노랗고 빨간 단풍잎을 흩날리고, 겨울엔 하얀 눈으로 뒤덮인다고 들었다. 상상만 해도 멋지지 않은가.

남이섬 메타세쿼이아 길에서 메리 베인.

바나나우유, 한국 안 왔으면 몰랐을 이 맛

한국은 국민 모두가 멋진 나라였다. 한국인은 자신의 외모를 돋보이게 하는 매우 패셔너블한 사람들이었다. 그래서 한국은 여자들이 쇼핑하기에 이상적인 곳이기도 하다. 아름다운 풍광과 놀라운 패션뿐 아니라 내가 한국을 사랑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한국의 음식이었다. 한국엔 비빔밥·김치·불고기 등 누구나 알고 있는 음식이 많다. 그러나 한국에서만 먹을 수 있는 음식도 있다.

 한국인은 신선한 해산물을 좋아하는데 섬에 들어가면 쉽게 맛볼 수 있다. 제주도에서는 해녀가 해변에 앉아 살아 있는 문어 같은 해산물을 관광객에게 직접 썰어준다. 해변에서 살아 있는 해산물을 직접 맛볼 수 있다는 것이 정말 신기했다. 전 세계 어딜 가도 이런 경험은 할 수 없을 것이다. 살아 움직이는 해산물을 입안에 넣고 우스꽝스러운 표정을 짓는 관광객은 한국에서 ‘반드시 카메라에 담아야 할’ 장면이다.

 아, 그리고 한국에서만 마실 수 있는 환상적인 음료가 있다. 내가 한국에 오지 않았다면 평생 이 맛은 알지 못하고 살았을 것이다. 한국에선 편의점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데, 왜 우리나라엔 없을까. 그 환상의 음료 이름은 바로 ‘바나나우유’다. ‘바나나우유’는 내가 다시 한국을 찾고 싶은 이유 중 하나가 됐다.

 나는 한국을 방문한 이후 내내 한 장면을 머릿속에서 그리고 있었다. 언젠가 한국을 다시 찾아 길고 하얀 웨딩드레스를 입고 웨딩 촬영을 하는 장면을 말이다.

정리=손민호 기자
중앙일보·한국방문의해위원회 공동기획

메리 베인(S-Mary Vene)

1984년 말레이시아 출생. 말레이시아 TV에서 리포터로 활약하는 인기 방송인. 2009년 ‘메리 고 라운드(Mary Go Round)’라는 첫 TV 프로그램으로 ‘해피 메리’라는 애칭을 얻었다. 최근엔 ‘Super Challenge’라는 TV 게임쇼를 진행해 큰 인기를 끌었다. 개인 홈페이지 www.bubblyven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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