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중앙은행, 남유럽 포기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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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중앙은행(ECB)이 기준금리를 올렸다. 33개월 만이다.

 ECB는 7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열린 정례 금융통화정책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1%에서 0.25%포인트 올린 1.25%로 조정한다고 발표했다. 예상은 했지만 시장 반응은 뜨거웠다. 당장 그리스·스페인 등 남유럽 재정위기국은 “자금난이 악화된다”며 반발했다. 장 클로드 트리셰(69) 총재는 전날 포르투갈이 구제금융을 신청하는 와중에도 금리 인상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일각에서 “ECB가 남유럽을 포기했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도 그 때문이다.

 트리셰 총재는 지난달 3일 “인플레이션 위험이 구체화하는 것을 막기 위해 ‘강한 경계’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이미 금리 인상을 예고했다. 유럽연합(EU) 통계기관인 유로스타트(Eurostat)에 따르면 유로존(유로화 사용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2월부터 넉 달 연속 ECB의 목표치인 2%를 뛰어넘었다.

 ECB의 금리 인상은 재정위기국과 독일 등 채권국과의 갈등을 더 부추길 가능성이 크다. 채권국 물가 잡기를 위해 채무국의 위기를 모른척한 셈이기 때문이다. ECB로선 재정위기국의 자금난이 악화하는 것을 막기 위해 변칙적인 양적 완화(돈 풀기)에 주력할 가능성이 크다.

강남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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