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7 재·보선 격전지를 가다 ④ 김해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0면

4·27 국회의원 보궐선거 김해을 지역에 출마한 김태호 한나라당 후보가 6일 경남 김해시 외동에서 가야문화축전 준비를 돕고 있다. [한나라당 제공, 연합뉴스]


7일 오전 6시30분 경남 김해시 외동사거리. 부슬부슬 내리는 빗속에서 비옷에 이름띠를 두른 한나라당 김태호 후보가 홀로 출근 차량들을 향해 연신 고개를 숙였다. 그곳을 지나던 유송임(60)씨는 “선거 때마다 하는 것 아닌교”라며 고개를 돌렸지만 김 후보의 손을 잡고 격려하는 이들도 있었다. 약 두 시간 동안 그렇게 서 있던 김 후보에게 물었다.

 -민주당과 참여당이 후보를 단일화한다고 한다.

 “단일화할 거라고 생각했었다. 그렇게 되면 내가 좀 더 어려워질 수 있다. 하지만 바닥 민심은 단일화 같은 정치공학에 크게 관심을 갖지 않는다. 물가나 집값 등 지역 발전을 더 고민한다. 누가 지역을 더 발전시킬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여론조사 결과가 박빙이다.

 “열심히 뛰면 김해 시민의 마음을 얻을 것으로 확신한다.”

 -허리를 90도로 숙이며 인사하던데.

 “총리 후보까지 됐지만 나에게 실망한 분들도 많아 반성한다는 뜻에서다. ‘도지사 김태호’와 함께 찍었던 사진을 벽에 붙였다가 (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 후) 떼버렸다는 분도 만났는데 이제는 사진을 다시 걸겠다고 하더라. 그게 민심 같다.”

곽진업 민주당 후보는 7일 봉황동 장터에서 상인에게 지지를 호소하며 인사하고 있고(위쪽 사진), 이봉수 국민참여당 후보는 김해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한나라당 제공, 연합뉴스]

 오전 11시 진례면 농협 안. 김 후보가 “걱정 끼쳐 죄송합니다. 다시 뛸 기회를 주십시오” 하자 농민 박현호(77)씨는 “아직 나이도 있고 하니 밀어주겠습니더”라고 했다. 김 후보가 돌리는 명함에는 ‘제가 많이 부족함을 깊이 뉘우쳤습니다’라는 글귀가 있었다. 그의 카니발 차량에 동승해 다시 물었다.

 -‘나홀로 선거 운동’을 하는 까닭은.

 “사실상 당의 지원을 거부했다. ‘김태호 대 반(反) 김태호’ 선거라는 생각에서다. 지사를 두 번 하고 총리 청문회를 하면서 (주민) 90%에게 알려졌는데 과연 이들이 마음을 열어줄 거냐가 중요하다. 진정성을 알리려 홀로 하기로 했다.”

 - 지역 정서는 어떤가.

 “ 이곳 정서를 한마디로 말하면 ‘한겨울’이다. 그런데 얼음이 조금씩 녹기 시작한다.”

 김 후보는 최근 12년간 치른 여덟 번의 선거(도의원·군수·도지사 본선과 경선 포함)에서 모두 승리했다. 하지만 이번엔 ‘여유’를 찾기 어려운 것 같았다. 그는 일정을 30분 단위로 쪼개 곳곳을 옮겨 다니며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다.

 ◆곽진업과 이봉수의 ‘노무현 적자’ 싸움=민주당 곽진업, 국민참여당 이봉수 후보의 단일화를 위한 여론조사는 이르면 이번 주말(9~10일) 실시된다. 곽 후보는 6일 오후 3시 추미애 의원의 지원을 받아 김해 내동시장을 돌았다. 추 의원이 국세청 차장을 지낸 곽 후보의 경력을 소개하며 “곽 후보는 서민들 세금은 덜 내게 하고 (돈) 있는 분 세금 제대로 내게 한 그런 분입니다. 서민후보입니다”라며 “여론조사 좀 도와주이소”라고 외쳤다. 김경숙(49)씨가 “서민 좀 살게 해주세요. 너무 힘들거든예”라고 하자 곽 후보는 고개를 끄덕였다.

 같은 날 오후 7시30분 김해시 창원터널 앞. 샛노란 점퍼 차림의 국민참여당 이봉수 후보가 유시민 대표와 함께 퇴근길 차량 앞에서 손을 흔들었다. ‘야권 단일후보, 주말 여론조사로 결정됩니다. 전화 꼭 받아주세요’라는 팻말과 함께였다. 유 대표는 20일째 이곳에 상주하며 이 후보를 지원했다. 국민참여당 당원 100~200여 명도 주말마다 내려와 김해 지역을 훑고 있다. 유 대표는 “한나라당이 지역 출신 예비 후보들을 쫓아내면서 민심이 여당에 등을 돌렸다”며 “김 후보가 경남의 아들인지는 몰라도 김해의 아들은 아니다”고 했다. 곽 후보와 이 후보에게 같은 질문을 던졌다.

 -누가 야권을 대표할 수 있나.

 ▶곽=국세청 차장을 그만뒀을 때 김해을 출마를 권유한 게 노무현 전 대통령이다. 이후 대통령 임명직인 한전 감사로 갔다. 누가 노무현 정신을 계승하냐가 중요하다. 과거 노무현 대통령이 자신에게 불리한데도 정몽준 후보와의 단일화 룰(rule)을 받아들였던 것을 생각해 이번에 참여당 요구 조건(100% 여론조사 경선)을 받아들였다.

 ▶이=노 전 대통령에게 ‘일 같이 하자’는 전화를 받고 농업특보로 일하며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등에 대해 조언했다. 봉하마을에서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들려고 노력했다.

 -승리 전략은.

 ▶곽=이번 선거는 유시민과의 싸움이다. 열심히 스킨십을 통해 유권자를 만날 수밖에 없다. 동남권 신공항 문제 등으로 현 정부가 지역 갈등을 일으키면서 이번 선거 이슈는 정부 심판이 된 만큼 한나라당도 꺾을 수 있다.

 ▶이=거대 정당이 하지 못하는 변화를 참여당은 만들 수 있다. 지역을 다니면 ‘후보 단일화 꼭 하라’는 주문을 받는다. 김태호 후보를 꺾으라는 이야기다.

김해=백일현 기자

사진

이름

소속기관

생년

[前] 경상남도 도지사(제32대)

1961년

[前] 한국전력공사 감사

1945년

[前] 노무현대통령 농업특보
[前] 한국마사회 부회장

1956년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