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시장 급속냉각-이유가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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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일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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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승세가) 일주일 만에 끝났습니다. 이 정도로 (매수세가) 약할지 아무도 몰랐어요. 다들 많이 실망하고 있어요.”

5일 오후 서울 강남구 개포동 개포주공1단지 내 우정공인 김상렬 사장은 지난달 23일 개포택지개발지구 지구단위계획안이 발표되고 집값 상승세가 1주일을 넘기지 못했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재정비안이 발표됐을 때 이 지역 아파트의 호가(부르는 값)는 일주일 만에 5000만원이상 오르고 문의는 이어졌다. 예컨대 개포주공1단지 42㎡형은 재정비안 발표 전 7억8000만원에 급매물이 나와 있었으나 발표하자마자 급매물은 사라지고 8억1000만원, 8억3000만원에 잇따라 팔렸다.

김 사장은 “지구단위계획 지정 이후 일주일 동안 개포주공 전체 단지 통틀어 20여건이 거래됐지만 금 새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며 “추격 매수세가 없어 활기를 다시 찾긴 어려울 것 같다”고 내다봤다.

#장면 2

지난달 28일 서울북구지방법원 경매법정. 서울 노원구 하계동 2차 현대아파트 84.9㎡형이 매물로 나와 3명이 응찰해 4억1300만원에 주인을 찾았다. 그런데 이 아파트 단지의 같은 크기는 아파트는 지난해 11월에 역시 경매에 부쳐졌는데 12명이 몰려 4억6210만원에 낙찰됐다. 응찰자수도 낙찰가도 모두 하락한 것이다.

부동산경매정보업체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 3월 마지막 주 서울의 아파트 낙찰률은 36%로 전주(44.4%)에 비해 8.4%포인트 하락했다. 경기도 역시 42%에서 32.9%로 9.1%포인트 감소했다. 경매를 통해 낙찰 받는 수가 그만큼 줄었다는 이야기다.

경매 건당 평균 응찰자수도 하락세다. 같은 기간 서울은 6.4명에서 5.5명으로, 경기는 6.8명에서 6.1명으로, 인천은 10.1명에서 6.9명으로 줄어들었다. 지지옥션 강은 팀장은 “정부 대책이 규제 부활로 인식되면서 투자자들이 경매시장에서 빠지고 있다”고 전했다.

부동산시장이 대출규제 부활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3.22부동산활성화 대책 이후 빠르게 소강상태로 접어들었다. 매매 및 경매시장 모두 매매가 급속도로 위축되고 있다. 개포택지개발지구 지정안 발표 같은 대형 호재에도 시장은 미지근한 반응을 보이고 있고, 최근 과열 기미마저 보이던 경매시장도 급속도로 냉각되고 있다.

“정책 불확실성으로 관망세 짙어져”

전세난 확산으로 상승 분위기를 찾던 부동산 시장이 다시 침체로 빠져드는 걸까. 대부분 부동산 전문가들은 한동안 거래소강 상태가 계속되고 일부 급매물이 다시 늘어나는 곳도 나타날 것으로 예상한다. 상반기 까지는 침체상태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신한은행 이남수 부동산팀장은 “과거 강남권 재개발 단지 개발 계획이 발표되면 해당지역은 물론이고 인근 고덕동이나, 등촌동 등의 재개발 지역도 들썩였던 게 일반적이었다”며 “대형 호재에도 반응하지 않을 정도로 주택 매수심리가 크게 위축돼 있다는 방증”이라고 해석했다.

매수세 침체의 직접적인 이유로는 정책의 불확실성을 꼽는 전문가가 많다.

투모컨설팅 강공석 사장은 “토지주택공사가 개발계획을 계속 취소하고 있고, 최근 정부가 내놓은 취득세 대책 등은 취소될 가능성이 있는 등 도무지 정부를 믿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정책에 대한 불신이 심각하니 무엇을 믿고 투자하겠느냐”며 반문했다.

우리은행 안명숙 부동산팀장은 “상담 사례를 분석하면 매수자들이 지난 3.22대책에 따른 총부채상환비율(DTI)규제 부활로 심리적인 위축을 많이 느끼고 있다”며 “국내외 경기 전망과 정부의 정책 방향 등에서 모두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어 구매심리가 살아날 특별한 요인이 없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봄이사철을 지나면서 매수세가 몰릴 상황도 아니다. 뉴타운 사업이 본격화하면서 이주수요가 몰리는 가을 이사철 전까지 매수세가 늘어날 가능성은 별로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급매물 늘어나는 6월 이후 노려라"


전문가들은 따라서 주택 매매 시기를 당분간은 미루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이남수 팀장은 “대출규제와 추가 금리인상 전망 등으로 당분간 시장은 거래가 크게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며 “거래가 줄면 급매물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내집 마련 시기를 당분간 미루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도컨설팅 임달호 사장은 “하반기 뉴타운 지역의 이주수요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전까지 매수세가 다시 살아날 가능성은 별로 없다”며 “거래가 줄어들면 급매물이 조금씩 늘어나기 마련이므로 매수시기를 좀 늦추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미래에셋생명 이명수 부동산팀장은 “가을 이사철이 시작되는 8~9월께 도심 뉴타운 이주수요 등이 본격화하면서 전세난이 확산되고 집값도 다시 들썩일 가능성이 크다”며 “실수요차원에서 여유있게 매물을 찾는 게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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