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리고 협박” 1403호 검사실선 무슨 일이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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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살한 김모(54)씨가 조사를 받았던 대구지검 별관 1403호. [대구=프리랜서 공정식]


대구지검 별관 4층 1403호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대검찰청이 5일 대구지검의 수사를 받던 중 유서를 남기고 자살한 경북 경산시청 김모(54·5급) 과장 사건에 대한 감찰에 착수했다. 김준규 검찰총장은 이날 감찰을 지시했다.

 대검 관계자는 “감찰 결과 수사 과정에서 가혹행위가 실제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면 수사 관련자들을 엄중 문책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김 과장은 인사청탁 대가로 금품을 받은 혐의로 올 초부터 3개월 가까이 대구지검 특수부로부터 수사를 받아 오다 4일 오전 10시40분쯤 경산시 상방동 생활체육공원 내 육상경기장 설비창고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됐다.

유족이 5일 공개한 20여 쪽에 달하는 김씨의 유서.

 검찰은 지난 1일 뇌물수수·직권남용 혐의로 김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5일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있었다. 검찰은 최병국 경산시장과의 관련성도 수사를 벌였다. 김씨는 최 시장과 같은 마을 출신으로 절친한 데다 평소 시장의 신임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졌다. 인사청탁의 ‘고리’가 최 시장에게 연결돼 있는지 확인할 필요성이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책상 위에서 나온 자필로 된 A4 용지 20여 쪽 분량의 유서에서 김씨는 이런 사실을 모두 부인했다. 유서에는 검찰 조사과정에 검찰로부터 폭행을 당했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김씨는 유서에서 ‘수사과정에서 뺨을 3번이나 맞고, 가슴도 맞았다. 인간적인 모멸감을 느낀다’고 적었다. 김씨는 ‘내가 (최 시장의) 측근이라고 하는데 변방 과장직에 있는 내가 어떻게 측근이냐’고 밝히기도 했다. 이어 ‘제대로 진술을 하지 않으면 10년 이상 형을 구형하겠다는 말도 했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유서에서 이런 말을 한 사람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조사를 받았던 검사실 번호(1403호)를 기록해 놓았다. 유족들은 이날 유서를 공개하고 “진실이 무엇인지 명백하게 밝혀달라”고 말했다.

 담당 검사는 폭행사실을 부인했다. 담당 검사는 “김씨가 업자로부터 뇌물을 받은 것이 아니라 빌렸다고 해 조서에도 그대로 기록했다. 강압 수사를 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결코 그런 일을 한 사실이 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김씨가 조사받는 과정이 영상녹화장치에 기록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김씨가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검사실뿐 아니라 세 차례 조사받은 다른 검사실에는 영상녹화장치가 없다. 대구지검에는 녹화장치 등을 갖춘 22개의 영상녹화조사실이 있지만 일반 검사실에는 이 장치가 없다. 검찰은 김씨 사건은 녹화할 대상이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대검찰청의 영상녹화 업무처리 지침에 따르면 피의자가 진술을 번복할 가능성이 있거나, 진술의 임의성 등을 다툴 것으로 예상될 경우 조서 작성과 함께 영상녹화를 한다고 규정돼 있다. 김씨는 줄곧 혐의를 부인해 영상녹화를 할 필요가 없었다는 설명이다. 대구지검 안상돈 제2차장 검사는 “이런 내용이 유서에 나왔다는 자체가 문제인 만큼 사실관계를 분명하게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홍권삼 기자, 최선욱 기자  
사진=프리랜서 공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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