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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색시 김지미, 청년 최불암 … 광고로 보는 그 시절 그 스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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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1965년 OB맥주 캘린더 사진. 당시 부부였던 김지미(왼쪽)씨와 최무룡씨가 모델로 나섰다.


이발소에 걸린 달력 같다고 할지 모르겠다. 누군 어린 시절 몰래 훔쳐보던 주간지 ‘선데이 서울’의 은밀한 기억을 떠올릴 수도 있겠다. 무엇이든 좋다. 대신 촌스럽다고 치부하지 마라. 그땐 이 사진이, 이 포즈가 가장 멋스럽고 세련된 것이었으니.

70년대 초반 일양약품 신문광고 사진. 청년 최불암의 반항적인 모습을 담았다.

65년 OB맥주 캘린더 사진. 64년 결혼을 한 엄앵란·신성일 커플이 손을 꼭 잡고 포즈를 취했다.

82년 동해양조 캘린더 사진. 당대 최고 인기 배우인 정윤희씨가 모델이었다.

70년대 후반 한국화장품 캘린더 사진. 장미희씨의 비키니 수영복이 눈길을 끈다. [김한용씨 제공]

 원로 사진작가 김한용(87)이란 이름 석자는 기억해 둘 만 하다. 김씨는 1959년 충무로에 ‘김한용 사진연구소’를 설립한 이후 50여 년간 광고사진만을 찍어왔다. 당시로선 최첨단이라 할 수 있는 컬러 현상 시스템을 도입해 주요 인기 상품의 광고 사진을 싹쓸이하다시피 했다. 요즘 말로 가장 잘 나가는 CF 감독이었던 셈이다. 상품모델로 당대 최고 연예인이 나오는 건 당연한 일. 김씨가 그렇게 직접 찍었던 작품 400여 점을 모아 사진집『꿈의 공장』(눈빛출판사, 2만9000원)을 냈다.

 첫 페이지부터 눈길을 끈다. 이국적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패티 김이 한복을 단아하게 입은 사진이 나온다. 독자들은 책을 통해 60년대부터 80년대까지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장악했던 왕년 스타들의 과거와 만나게 된다. 지적인 배우로 알려진 고은아씨의 수영복 차림은 도발적이며, 계곡물에 발을 담그고 반바지를 입은 채 소주 큰 병을 들고 있는 김창숙씨의 모습은 청초하다.

 현재도 왕성하게 활동중인 김자옥·임예진·김보연·김혜정씨의 사진은 새삼스럽다. 최근 영화 ‘시’로 다시금 각광받고 있는 윤정희씨의 새침데기 같은 모습도 볼 수 있다. 스타·광고로 돌아본 현대 한국의 얼굴쯤 되겠다.

 김한용씨는 “최근 활동하고 있는 연예인 상당수가 성형 수술을 통한 인공 미인인 것과 달리, 과거엔 각자의 개성이 뚜렷한 천연 미인이었다”고 전했다. 책 말미엔 정치인·기업가 사진도 등장한다. 다만 각 사진에 대한 설명이 별로 없어 언제, 무슨 일로 찍었는지에 대한 궁금함을 남긴다. 40대 이상 중·장년에겐 아련한 추억을, 젊은 세대에겐 ‘광고판 세시봉’을 접하는 재미를 선사할 것 같다.

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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