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네티컷대의 마지막 포효 … 그렇게 ‘광란’은 끝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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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코네티컷대의 켐바 워커(가운데)가 우승 트로피를 들고 동료들과 기뻐하고 있다. [휴스턴 로이터=연합뉴스]


2011년 미국대학스포츠연맹(NCAA) 남자농구 내셔널 챔피언 트로피는 코네티컷대학이 차지했다. 버틀러대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준우승팀이 됐다.

 코네티컷대와 버틀러대의 결승전은 5일(한국시간)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에서 열렸다. 코네티컷대학이 53-41로 이겼는데, 경기 내용은 기대 이하였다. 스코어에서도 알 수 있듯 코네티컷은 철저하게 수비 위주의 경기를 했다.

 버틀러대는 코네티컷대 수비에 묶여 2점슛 64개를 던져 12개를 성공시켰다. 2점슛 성공률 18.8%는 역대 미국대학농구 결승전 최저기록이라고 한다. 버틀러대는 오히려 3점슛 성공률(27.3%)이 더 높은 진기록을 남겼다.

 게다가 버틀러대는 이날 페인트존에서 성공시킨 골이 단 한 개였다. 버틀러대는 페인트존 득점에서 2-26으로 뒤졌다. 이런 기록이라면 무슨 수를 써도 이길 수 없다. 올해 69세인 짐 칼훈 코네티컷대 감독은 역대 대학농구 최고령 우승 감독이 됐다. 노회한 칼훈 감독은 결승전에서 수비가 가장 중요하다는 걸 알고 있었다. 철저한 수비 작전에 35세의 브래드 스티븐스 감독(버틀러대)이 말려든 모양새였다. 지나치게 수비 위주로 경기가 흘러가면서 코네티컷대 최고의 스타인 켐바 워커(20·1m85㎝)의 활약도 미미했다. 워커는 이날 16점을 올리면서 체면치레를 하는 데 그쳤다. 하프타임에 CBS 중계방송 해설자들은 “내가 본 최악의 결승전”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농구 전문가들이 보기엔 기대 이하의 경기였을지 몰라도 결승에 오른 학교의 학생들은 경기 내용에 상관없이 축제 분위기였다. 해설자들이 하프타임에 경기를 분석하는 동안 그 뒤에 앉은 학생들은 ‘여기 있어서 행복해요’라는 피켓을 들고 펄쩍펄쩍 뛰었다. 버틀러대는 비록 2년 연속 준우승에 그쳤지만 TV 중계에 비친 학생들은 "2년 연속으로 결승전을 구경해 신난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경기를 보면서 연세대를 졸업하기 전 마지막이었던 1994~95 농구대잔치 리그 우승을 차지했을 때가 떠올랐다. 당시 우리는 풀리그 마지막 경기에서 고려대와 만났고, 서장훈의 버저비터로 극적인 77-75 승리를 거뒀다. 하지만 정작 나는 그 경기 막판 발목을 다쳐 남은 경기에 나가지 못했다. 학생과 팬들이 뒤엉켜 열광의 도가니가 됐던 그때의 분위기를 미국대학농구에서 다시 느꼈다.  

이상민 중앙일보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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