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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노사분규에 정치인이 직접 개입 움직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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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이 노사문제에 직접 개입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12일 전체 회의를 열어 '노사문제 해결을 위한 진상조사단 구성과 청문회건'을 처리할 계획이다. 노사분규 현장에 정치권이 찾아가 진상을 파악하고 노·사·정 증인을 심문하는 청문회를 열어 해결책을 찾겠다는 것이다. 이 안건은 야당들이 손을 잡고 제출했다. ^한진중공업 노사분규 ^쌍용자동차 무급휴직자와 정리해고자 문제 ^현대자동차의 사내하도급 문제 ^전북 전주의 시내버스 파업 등 4건이 우선 조사대상이다.

한나라당은 이 안건의 채택에 반대하고 있다. 따라서 통과 여부는 불투명하다. 그러나 미니총선으로 불리는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의 포퓰리즘이 나타날 경우 안건이 통과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정치권의 움직임에 대해 정부와 경영계는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노사간의 문제는 노사가 자율적으로 해결해야 하는데 정치권이 개입하는 것 자체가 원칙을 훼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정치권이 개입하면 사용자측을 압박하는 모양새로 흐를 공산이 크다. 또 한 번 정치권이 개입하기 시작하면 노사분규만 발생하면 노조가 정치권을 찾아가는 나쁜 선례를 남기게 된다.

실제로 1998년 현대자동차 노조가 파업했을 때 당시 평민당 의원들이 울산에 내려가 사측을 압박했다. 이렇게되자 가스통 바리케이드가 등장하는 등 노조의 투쟁은 더 격렬해졌다. 오죽하면 당시 김대중 대통령이 정치인의 무분별한 개입에 유감을 표하기까지 했다. 대통령의 유감표명이 있은 뒤 정치인은 울산 현대자동차 현장을 떠났다. 이후 사태가 진정됐다.

당시 현대자동차 현장에 노동부 주무 과장 자격으로 내려갔던 김원배 전 노사정위 상임위원은 "밀어붙이면 된다는 우격다짐식 행동에 적당히 물러서서도 안 되고, 이를 부추겨서도 안된다. 노사분규에 정치인이 개입하는 것은 노조의 기대감만 높이고 해결을 더 어렵게 만든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한진중공업 임원은 "노사분규에 정치인이 개입해 일방적으로 노조를 지지하는 행동이 과연 공당으로서 할 일인가"라며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았다.
하지만 노동계는 반기고 있다. 한 노동계 관계자는 "무조건 노동자를 해고하고 버티는 사측을 정치권이 직접 나서 압박하지 않으면 분규가 정리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기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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