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리뷰]화가가 있는 도시 '햇살속에 발가벗은'

중앙일보

입력

고갱이 제자에게 물었다.

"저 나무가 어떻게 보이지?"

추종자들은 "약간 빨간색으로 보입니다." 하고 대답했다.

그랬더니 고갱은 대뜸 "그럼 화단의 나무 줄기를 빨갛게 칠하게"라고 말했다. 여행을 떠나자. 그림을 찾아 여행을 떠나보자. 여기 오직 그림을 보기 위해 17년간을 떠나온 사람의 이야기가 있다. MBC미니시리즈 '산'의 원작자인 박인식씨가 바로 그다. 이번엔 그 '산사나이'가 '그림사나이'로 우리 앞에 다가선다.

'햇살속에 발가벗은'

이 책은 작가가 현지의 미술관과 여러 도시를 여행하며 느낀 인상을 담백하게 써내려간 글이다. 그림에 문외한인 사람일지라도 쉽게 다가설 수 있는 기행에세이로 꾸며졌다.
한번쯤은 들어보았을 인상파 화가 9명의 삶과 작품세계 그리고 그들의 작품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주요 도시들에 대한 이야기를 작가 특유의 '인상'적인 문체로 그리고 있다.

작가 박인식은 17년간 계속해온 서양미술순례의 경험을 토대로 화가들의 천재성과 그로 인해 불행했던 삶. 그러면서도 너무나 인간적인 면모를 잘 부각시켰다. 책에 등장하는 도시들을 따라가다보면 화가의 생애와 작품의 감상뿐 아니라 자연스럽게 회화의 세계에 젖어들게 된다. 다른 나라의 풍물에 대한 감상에만 머무는 기존의 기행에세이와 달리, '화가가 있는 도시'라는 테마를 가지고 화가들의 삶의 궤적을 추적한다는 점이 이 책의 매력이다.

화가와 화가를 키운 도시를 답사하며 그 도시에 내재된 숨결을 통해 화가의 그림을 보는 작가는 자신의 서양미술순례기에는 추리소설을 읽는 것 같은 긴박한 재미와 성욕과도 통하는 원시적 끌림이 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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