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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비즈 칼럼

‘대학 무용론’ 집단 지성 활동으로 극복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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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이장우
경북대 경영학부 교수

청년실업은 좀처럼 해소되지 않는 구조적 문제로 고착되고 있는 듯하다. 21세기에서 가장 확실한 직업계발 능력은 성적도, 해외연수 경험도, 학위도 아니다. 그것은 자기 비전과 창조력이다. 자기 인생을 다 바칠 만한 일이나 분야를 찾아 창의와 열정을 다할 수만 있다면 어떠한 난관도 돌파할 수 있고 일생 보람을 얻을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청년고용 문제의 실마리를 풀기 위해 이제 대학이 나서야 한다. 예비 고용인력인 대학생을 창의와 열정으로 무장시켜 스스로 미래를 창조적으로 개척할 수 있도록 대학이 지원해야 한다.

 규격화된 지식을 착실히 가르쳐 산업계로 내보내면 되는 시절은 이미 오래전에 지나갔다. 게다가 안정적 직장으로 선호되는 대기업 일자리는 매년 5 만 개씩 줄어들고 있다. 대기업도 규격화한 스펙보다는 창의와 열정을 가진 신입사원을 원하고 있다. 창의와 열정은 대기업 취업뿐만 아니라 중소기업 취직, 창업, 프리랜서의 길을 찾는 데도 필수적이다.

 그렇다면 고등학교 졸업자의 80%를 흡수하고 있는 대학이 고객인 학생들에게 어떤 교육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것일까. 대학의 현실을 돌아보면 아직 암담하기만 하다. 대부분의 학생이 성적 올리기와 영어 배우기에 매달리다 학교 생활을 마치기 십상이다. 학생의 동아리 활동도 대부분 취미나 스포츠에 국한되고 단지 6% 정도만 자신의 미래 개척과 관련된 활동을 한다고 한다. 더욱 심각한 것은 졸업 때까지 자신이 무엇에 관심이 있는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조차 생각해 본 적이 없는 학생이 많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남들이 좋다는 직장 이외에는 자신 있게 선택할 용기도 없다. 창업도 위험하게만 보인다. 인재를 찾아 애를 태우는 유망 중소기업이 옆에 있어도 그것을 기회로 보지 않는다. 이러다가는 일자리를 얻지 못해 거액의 등록금만 날린 학생과 학부모로부터 대학 무용론이 나올 판이다.

 21세기는 집단지성이 더욱 중요해진다. 대학은 모든 재학생이 자신의 미래 개척을 위한 한 가지 이상의 집단지성 활동에 참여하도록 프로그램을 운영할 필요가 있다. 이런 대학을 필자는 ‘창조 캠퍼스’라고 부른다.

 대학을 창조 캠퍼스로 만드는 프로그램이란 학과·전공을 떠나 누구나 자신의 미래 진로와 관계된 관심 분야·테마를 중심으로 자율적인 그룹 활동을 할 수 있도록 동기 부여를 하고 지원하는 것을 말한다. 학생들은 이러한 그룹 활동을 통해 자신의 소중한 미래에 대해 수시로 생각해 보고 구체적으로 설계해 볼 수 있다. 그리고 타인과 협업을 통해 창의적 문제 해결 능력을 스스로 제고시킬 수 있다. 최근 대학들은 온라인과 모바일 네트워크를 잘 구축하고 있다. 대학 안에서 유사한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만나 토론하고 협업하는 일은 이제 어려운 일이 아니다.

 정부가 청년고용 문제의 진원지인 대학을 상대로 창조 캠퍼스 사업을 시작했다. 대학생의 창조적인 직업계발 능력을 키우기 위한 정책이다. 경제구조상 일자리의 공급 측면이 한계에 직면한 사실을 감안할 때 일자리의 수요 측면에서 돌파구를 찾고자 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점점 다양하고 까다로워지고 있는 청년고용 수요를 감안해 일자리를 탐색하는 시간과 비용을 줄여 주는 정책이 필요하다. 대학이 창조적으로 변해야 비전과 열정을 가진 창의인재를 육성할 수 있다.

이장우 경북대 경영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