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진에 국내 첫 비석박물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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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진봉평신라비 전시관’의 야외 비석공원 모습. [울진군 제공]


국보 제242호 봉평신라비가 발견된 경북 울진군 죽변면 봉평리가 새로운 명소로 탈바꿈했다.

 울진군은 이 일대 4만1700여㎡(1만2600여 평)의 터에 봉평신라비 실물과 고구려 광개토대왕비, 신라 태종무열왕릉비, 백제 무령왕릉 지석 등의 모형 등 국보·보물급 비석 35점을 한 자리에 모았다. 이달부터 임시 개관한 ‘울진봉평신라비 전시관’이다. 사업비 180억원이 들어갔고 조성 기간만 2001년부터 10여 년이 걸렸다. 국내 첫 비석박물관이다.

제1전시실에 옮겨 세워진 국보 제242호 울진봉평신라비. [울진군 제공]

 봉평신라비는 1988년 발견된 뒤 발견 지점에서 북쪽으로 50m 떨어진 야외에 세워져 있었다. 울진군은 전시관을 만들면서 2008년 봉평신라비를 실내인 제1전시실로 옮겼다. 비석이 발견된 지점에서 서남쪽 200m 위치다.

 울진군 심현용(44) 학예연구사는 “소금기가 많은 해풍 피해를 막기 위해 봉평신라비를 실내로 옮긴 것”이라며 “곧 1억원을 들여 첨단장비를 동원해 소금기를 빼는 보존 처리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봉평신라비에 새겨진 글자 399자도 3D 스캔과 X선 촬영 등으로 다시 정밀 판독할 계획이다. 그동안은 육안으로 판독돼 최근 한 글자가 더 발견되면서 신라 역사를 다시 써야 하는 일까지 생겼기 때문이다.

 제1전시실에는 실물 이외에 봉평신라비 모형 1점도 함께 누워 있다. 관람객이 마음대로 만져 보고 탁본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실내 제2전시실에는 중원고구려비 등 삼국시대 주요 비석 모형 중 소형 위주로 10점이 전시돼 있다. 말이 모형이지 실제로는 복원에 가까울 정도로 정밀하게 만들어졌다. 지하 1층, 지상 2층으로 꾸며진 실내 전시관은 이밖에 금석학의 계보와 시대별 비의 양식, 한자 서체 등이 전시돼 있다.

 국내 비석은 삼국시대만 해도 자연석을 이용하다가 통일신라부터 태종무열왕릉비 같은 이무기 머리인 이수와 비신, 거북이 형태의 귀부가 등장한다.

야외 비석공원에 세워진 모형 광개토대왕비. [울진군 제공]

 야외에는 비석공원이 만들어졌다. 여기서 단연 시선을 압도하는 것은 높이만 7m에 가까운 광개토대왕비다. 모형이지만 5억원 이상을 들여 암석 재질부터 글자까지 실물에 가깝도록 재현했다. 비석공원에는 비석 25개가 세워진다. 북한에 있는 황초령 신라 진흥왕순수비와 북관대첩비도 포함됐다. 비석공원은 한반도 모형으로 바탕을 만들고 지역 위치에 맞게 비석이 세워졌다. 전시관 진입로에는 울진지역에 전해지는 송덕비 45점이 전시됐다.

 이곳에 세워진 모든 모형 비석은 관람객이 모두 자유로이 만져볼 수 있도록 한 게 특징이다. 이들 실물 비석이 보호각 등으로 관리돼 만지거나 사진을 찍기 어려운 걸 보완한 것이다.

 울진군은 제작 중인 비석 7개를 더 세운 뒤 5월 정식 개관한다. 임시 개관한 뒤 첫 주말인 2일에만 관람객 100여 명이 찾았다. 오는 6월에는 개관을 기념하는 학술대회도 열 예정이다. 울진군은 봉평리를 국내 비석 연구의 중심지는 물론 초·중·고교생의 산 역사교육장으로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

송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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