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개 바이오벤처 상장사 의약품 개발 박차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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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2호 24면

#장면1=2000년 6월. 세계 18개국의 과학자들이 참여한 인간지놈프로젝트 사업단이 인간 유전자 지도의 초안을 공개했다. 당시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은 “오늘 우리는 신이 인간의 생명을 창조하면서 사용한 언어를 배우기 시작했다”며 연구결과를 직접 발표했다. 지놈프로젝트는 난치병 극복에 도전하는 신약인 바이오의약품 개발에 탄력이 붙는 계기가 됐다. 바이오의약품이 세포의 유전정보 분석을 통해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도 2000년 하반기 바이오벤처 육성 펀드를 조성하는 등 발빠르게 나섰고, 2년여 만에 바이오의약품 개발을 꿈꾸는 300여 개의 바이오벤처가 생겨났다.

증시 업종 분석 10년 공들인 바이오산업

#장면2=2011년 4월. 국내 증권시장에서 바이오의약품이 제약업종의 화두가 되고 있다. 하이투자증권과 한화증권 등에 따르면 현재 12개의 바이오벤처 상장사가 바이오의약품 임상시험을 진행하며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표 참조〉제품 개발이 임박했다고 알려진 기업들은 주가가 급등했다. 최근엔 삼성전자가 총 2조1000억원을 투자해 바이오시밀러와 신약 등을 개발하겠다고 밝혀 바이오산업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p>

세계 바이오 의약품 매출 2016년 208조원
바이오업계에서는 이 같은 변화에 대해 “10년 공들인 바이오 산업이 꽃을 피우고 있다”고 자평한다. 보통 신약으로 통칭되는 바이오의약품은 후보 물질 검증부터 전임상, 임상, 제품 승인 등을 합쳐 총 10년 안팎의 개발기간이 소요된다. 2000년대 초에 신약 연구의 스타트를 끊은 바이오 기업들이 만성적인 자금 압박, ‘황우석 사태’와 같은 돌발 악재 등을 극복하고 비로소 결실을 볼 때가 됐다는 얘기다. 하지만 증시에선 여전히 조심스럽다. 주가가 많이 오른 만큼 실적이 뒷받침될지, 혹시 거품은 없는지 궁금한 게 많다.

영국의 생명공학 전문 컨설팅 기관인 이밸류에이트 파마(Evaluate Pharma)에 따르면 2009년 전 세계 시장에서 바이오의약품 매출액은 1170억 달러(약 128조원)로 전체 의약품시장 점유율은 17.4%다. 2016년에는 1890억 달러(약 208조원)로 성장해 의약품시장의 23%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승호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2015년 오리지널 단백질의약품의 특허 만료가 임박하면서 성장이 예상되는 바이오시밀러와 시장이 커지고 있는 줄기세포치료제, 표적치료제로 각광받는 항암백신 등이 올해 바이오산업의 트렌드”라고 말했다. 하이투자증권에 따르면 전 세계 바이오시밀러 시장은 2020년 905억 달러(약 99조원)로 성장해 전체 바이오의약품 시장의 34.8%를 점유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바이오시밀러 줄기세포치료제 관심 커져
국내에서는 셀트리온이 개발 속도에 있어 가장 빠른 것으로 평가된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바이오의약품 업계에서 아시아 최대인 14만L의 생산시설을 통해 유방암 치료제와 류머티즘 치료제의 바이오시밀러를 2012년부터 오리지널 의약품의 특허가 없는 지역에서 먼저 출시할 계획”이라며 “전 세계 14개 권역의 제약사와 판권을 체결했다”고 말했다.

줄기세포치료제에서는 메디포스트와 에프씨비투웰브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메디포스트는 올해 초 줄기세포를 이용한 퇴행성관절염 치료제 ‘카티스템’의 임상 3상을 완료했다. 앞서 지난해 12월에는 동아제약과 100억원대의 국내 판권 계약을 체결했다. 에프씨비투웰브는 관계사인 에프씨비파미셀이 지난해 하반기 줄기세포 급성심근경색 치료제의 임상을 완료해 품목허가를 신청한 상태다. 젬백스앤카엘은 영국에서 췌장암 항암백신의 임상3상을 진행 중이며, 대웅제약과 국내 판권에 대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그러나 이들 앞에 장밋빛 미래만 있는 것은 아니다. 우선 실적에 비해 주가가 너무 높다는 지적이 만만치 않다. 바이오ㆍ제약 애널리스트 출신인 IBK투자증권 임진균 센터장은 “연구 진척이 많이 됐다는 평가를 받는 몇몇 기업은 향후 아주 잘됐을 경우에 기대되는 실적이 주가에 미리 반영돼 있는 측면이 있다”며 “잘되면 ‘대박’이지만 아니면 ‘쪽박’이기 때문에 추가적으로 진행되는 상황이나 가능한 리스크를 확인하며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최근 임상3상 이상의 성과를 내고 있는 주요 바이오벤처의 3년간 실적을 보면 에프씨비투웰브는 3년 연속 적자, 젬백스앤카엘은 2년 연속 적자를 각각 기록했다. 메디포스트는 지난해 흑자전환을 했다. 지난해 매출 1809억원을 낸 셀트리온에 대해 정효진 한화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실적을 기준으로 호스피라(Hospira), 론자(Lonza) 등 외국 경쟁기업의 시가총액은 매출의 2~4배 수준인데 비해 셀트리온은 10배 이상으로 너무 많다”고 말했다.

바이오의약품의 미래 예상실적을 주가에 반영하는 것은 그야말로 ‘고무줄 잣대’가 될 수 있다. 어떤 기준을 적용하느냐에 따라 큰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예컨대 젬백스앤카엘의 경우 회사 측은 항암백신 평균 판매량을 기준으로 출시 첫해 12억 달러(약 1조3200억원)의 매출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반면에 익명을 요구한 한 애널리스트는 전체 췌장암 환자수를 감안한 초기 매출을 개발회사 측 전망의 3분의 1 수준인 연간 4억 달러(약 4400억원)로 추정했다.

임상시험 끝내도 제품화 산 너머 산
또 임상시험을 완전히 끝내더라도 2~3년의 시간이 더 소요된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임상을 마친 신약은 품목허가 신청 준비 6개월, 허가 대기 1년, 보험수가 책정 1년 등 보통 2년6개월은 지나야 시판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2009년 발간한 바이오의약산업 현황과 개선과제에 따르면 개발에 착수한 신약 중 30%만 임상3상까지 성공한다. 제품 승인을 받는 신약은 전체의 8%에 그친다. 시장에 출시된 후에는 막대한 마케팅 비용을 마련하고 전 세계 판매망을 구축해야 투자비를 회수할 만한 실적을 낼 수 있다.

오리지널 신약을 만든 다국적 제약사들이 바이오시밀러의 대체처방 허용을 강하게 반대하는 점은 또 다른 걸림돌로 지적된다.



바이오의약품 유전정보에 근거, 세포와 유전자를 이용해 특정 질병을 치료할 목적으로 만든 의약품이다. 유전자재조합 의약품, 세포 치료제, 유전자 치료제 등으로 분류된다. 유전자 재조합의약품은 유전자 조작 기술로 단백질을 이용해 제조되는 단백질의약품(항체의약품)이다. 바이오시밀러는 단백질의약품의 복제약을 말한다. 세포치료제에는 줄기세포치료제와 항암 백신이 있고, 유전자치료제는 DNA치료제와 백신으로 나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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