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열린 광장

향토 예비군 추억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3면

한용섭
국방대 부총장

지난해 우리는 북한으로부터 천안함과 연평도 공격을 받고 국가안위가 백척간두에 달린 듯 위태했었다. 특히 연평도 포격을 받았을 당시 우리 해병은 북한과 분연히 맞섰다. 그러나 그때 아쉬웠던 것은 남북 간 포격전이 끝난 뒤 기대했었던 예비군의 활약상이었다.

 43년 전 우리 땅에 250만 명의 향토예비군이 창설되었던 때와 비교해 보자. 1968년 1월 북한의 특수전부대가 청와대 습격을 시도한 사건과 동해에서 미국 정보함 푸에블로호 납북 사건이 발생하자 박정희 대통령은 향토예비군을 창설하겠다고 역설했다. 내 고향 내 직장을 내가 지키고자 향토예비군과 직장예비군이 만들어졌으며, 그 후 예비군은 1968년 울진·삼척에 침투한 무장공비를 사살하는 등 혁혁한 전과를 올렸다. 그 후 싸우면서 일하고 일하면서 싸우는 예비군은 한국 경제성장의 견인차가 되었으며 국가안보의 튼튼한 지주가 되어 왔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어떤가. 예비군 규모는 300만여 명으로 유지돼 왔으나 전력화 수준은 원시적이고, 예비군은 일반 국민의 관심에서 멀어져 갔다. 예비군은 6·25전쟁 시 사용한 카빈 소총을 비롯해 구형 무기들을 갖고 훈련받았고, 참여 예비군들에게 훈련은 때우고 지나가면 그만이란 생각이 팽배했다.

 우리 예비군은 약화된 반면, 북한은 117만 명에 달하는 정규군에 더해 교도대·노농적위대·붉은 청년 근위대 등 예비 병력을 770만 명으로 키웠다. 이들 예비대는 총·폭탄이 되어 김정일 정권을 사수한다는 이념과 구호를 외치면서 북한 체제 수호와 주민 통제를 위한 훈련도 강화시켜 왔다.

 우리는 2020년이 되면 정규군을 50만여 명 정도로 축소시킬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증대되는 북한 예비대의 위협에 대처해야 하는 우려스러운 상황을 맞고 있다. 특히 김정은 후계체제를 공고하게 만들기 위해 북한이 우리 국민을 상대로 무력 도발을 감행하고 있는 것도 고려해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북한의 동시다발적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우리는 정규군의 선진화와 함께 예비군의 첨단 정예화를 다시 한번 강구하지 않을 수 없다. 향후 5년간 북한의 긴장 조성 행위를 방지하고, 한반도에서 평화통일의 기반을 조성하기 위해 우리 예비군은 강한 정신력과 첨단 과학 훈련으로 거듭날 필요가 있다. 예비군 훈련을 원시적인 훈련에서 첨단 훈련으로 탈바꿈시켜 나가야 한다. 카빈 총 등 낙후된 무기를 과감하게 도태시키고 마일즈와 시뮬레이션 장비 등 현대전에 맞는 무기와 장비로 훈련을 과학화해야 한다.

 현역을 필한 전문 군 인력들을 훌륭한 예비군 지도자로 유인하는 방법을 강구하고, 국민들의 안보의식을 고취하는 전위대로서 예비군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다시 한번 ‘일하면서 싸우고 싸우면서 일한다’는 예비군의 자세를 가다듬을 때, 전환기 북한이 노릴 우리의 틈새가 없어지며 북한이 감히 넘보지 못할 대한민국이 될 것이다.

한용섭 국방대 부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