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 커피를 마시면 뉴요커가 된 기분을 느끼잖아요. 스타벅스처럼 라이프스타일을 파는 패스트패션 브랜드가 등장할 겁니다.”
최근 만난 김해련(50·사진) 에이다임 대표는 패션산업의 미래를 이렇게 전망했다. 그는 지난 2월 말 패스트패션 브랜드 ‘스파이시칼라’를 출시했다. 1989년 패션 컨설팅 회사 ‘인터플래닝’을 설립해 20년 넘게 패션산업 전반의 트렌드를 분석하고 전망하는 일을 주로 해온 그가 직접 옷을 만들겠다고 나선 것이다. 김 대표는 “패스트패션의 주도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Q 패스트패션이 업계를 주도하는 이유는.
A “IT기술 때문이다. 인터넷과 스마트폰 등 IT기술의 확산으로 소비자들이 똑똑해졌다. 언제 어디서든 싸고 좋은 상품을 검색해 살 수 있게 된 것이다. SPA는 유통구조를 줄여 질 좋은 제품을 싸게 판매한다. 똑똑한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을 수밖에 없다.”
Q 그렇다면 보다 싸게 물건을 살 수 있는 온라인 구매가 늘어나지 않겠나.
A “옷은 쓰는 게 아니라 입는 것이다. 그런데 만져보고 입어보는 건 매장에서만 할 수 있다. 오프라인 시장이 사라질 수 없는 이유다. 특히 자라(ZARA)·유니클로 등 해외 SPA 브랜드가 국내에 들어오면서 백화점 중심의 유통구조를 바꿔놓았다. 명동 등 로드숍 시장이 커졌다. 비싼 백화점 입점 수수료 부담이 준 만큼 SPA는 더 성장할 것이다.”
Q 지난해 이랜드가 SPA브랜드 스파오(SPAO)·미쏘(mixxo)를 연이어 출시했다. 제일모직도 SPA 브랜드를 준비 중이다.
A “국내 SPA 브랜드가 약진하고 있다. 하지만 성공했다고 보기 힘들다. 해외 브랜드와 비슷하기 때문이다. 자라보다 좋은 옷을 싸게 파는 걸로는 자라를 이길 수 없다. 자라를 입었을 때 충족할 수 없는 새로운 걸 만들어야 한다.”
Q 그 새로운 것이 무엇인가.
A “라이프스타일 즉, 문화다. 스타벅스 같은 SPA가 나와야 한다.”
Q 스파이시칼라는 그런 브랜드인가.
A “팝문화를 접목했다. 금융위기·환경오염 등 각종 위기가 중첩해 불안한 시대다. 이럴 때일수록 즐거움이 화두가 된다. 미래가 불안하기에 오늘을 즐겁게 살자는 것이다. 팝문화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등장한 즐거움의 문화다. 우리가 팝문화에 주목한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정선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