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샌드위치 냄새가 커피향을 없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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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위크2007년 스타벅스가 어떻게 마법을 잃어 가는지를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증거는 따뜻한 조식 샌드위치라고 생각했다. 애초부터 우리 매장에서 샌드위치를 판매하는 구상에 반대했지만 왜 그것이 사업상 유리한지는 이해했다. 우리의 따뜻한 샌드위치를 찾는 애호가가 늘어나면서 매출과 이익이 증가했다. 그 상품의 인기가 높아질수록 바리스타가 그것을 오븐에서 가열하는 횟수도 늘어났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불가피하게 오븐 안의 샌드위치에서 액체가 흐르고 지글거리며 끓어올라 자극적인 냄새를 풍겼다.

매장의 진하고 풍부한 커피 향은 구워지는 몬터레이 잭, 모짜렐라, 그리고 무엇보다도 체다 치즈 냄새에 압도당했다. 구운 치즈에 무슨 마법이 있겠나?

한번은 그 냄새를 제거하려고 ‘향내 특별대책반’이 구성됐다. 그들은 갖가지 오븐으로 실험했다. 오븐을 더 자주 청소하도록 바리스타를 교육했다. 조리시간을 단축해 치즈가 흘러내리지 않도록 했다. 냄새가 밖으로 새나가지 않도록 오븐 배기구를 개조해 달라고 제조사에 요청하기도 했다. 우리 시설팀도 실내 공기 속의 냄새를 제거하도록 매장의 난방·환기·냉방 시스템을 개선하려 했다. 모두 효과가 없는 듯했다.

그 샌드위치가 사업상 회사에 주는 이익과 스타벅스 브랜드에 미치는 악영향을 둘러싼 내부 이견으로 사내 긴장이 계속 고조됐다. 고객 데이터를 믿어야 하나, 내 직감을 따라야 하나? 당시 회장이었던 나는 절충안에 만족할 생각이 없었다. 2008년초 CEO로 복귀하자마자 조식 샌드위치의 판매중단을 발표했다.

솔직히 대단한 열정은 없었지만 식품개발팀에는 계속 샌드위치를 연구하도록 허용했
다. 그들은 내용물의 질을 높이면(더 얇은 베이컨과 고급 햄·치즈) 냄새가 덜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잉글리시 머핀의 강한 맛에도 일부 원인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내 치아바타 같은 다른 빵으로 바꿔 봤다. 마침내 치즈를 샌드위치의 맨 위로 올리고 가열 온도를 150°C 선으로 낮춰 치즈가 잘 녹지 않도록 했다. 그 결과 우리 커피와 어울리는 조식 메뉴가 탄생했다. 그리고 2008년 6월 조식 샌드위치를 재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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