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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시봉 노래 노래마다 관객들은 합창으로 빠져들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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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김세환·조영남·송창식·윤형주 등 ‘세시봉’ 멤버들이 TV에 출연해 공연하는 모습.


노래는 다만 그곳에 머물러 있었다. 사람들은 그 노래가 있던 자리로 가만히 거슬러 올라갔다. 30일 오후 8시 학전 블루 소극장에서 열린 ‘김민기의 오래된 친구들’ 콘서트. 학전 개관 20주년을 기념해 마련된 이 공연에서 시간은 거듭 뒷걸음질쳤고, 추억은 포르르 피어올랐다. 이날 무대는 학전 20주년 기념 ‘노영심의 작은 음악회’의 마지막 공연이었다. 학전의 좌장 김민기(60)의 오랜 음악 벗들이 모두 무대에 올랐다. 조영남(66)·윤형주(64)·송창식(64)·이장희(64)·김세환(63) 등 ‘세시봉’ 출신 가수들을 비롯해 양희은(59) 등 1970년대 ‘포크의 전설’이 학전 20주년을 축하하기 위해 모였다.

30일 ‘노영심의 작은 음악회’ 공연 모습. 소극장 학전 개관 20주년을 기념해 김민기와 세시봉 멤버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무대는 ‘막내’양희은이 열었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의 익숙한 멜로디가 흘러나오자 관객들이 일제히 따라 부르기 시작했다. 양희은은 “(김민기가 작곡한) ‘아침이슬’이 나온 지 올해로 40년이 됐다”며 감회에 젖었다. 이날 공연은 예매 시작 5분 만에 매진을 기록했다. 194개의 좌석은 물론 바닥에까지 관객들로 빼곡했다. 중장년 관객들은 예순에 접어든 포크 전설들의 음악에 가만히 빠져들었다. 1994년 학전의 대표적인 뮤지컬 ‘지하철 1호선’에서 사용됐던 빨간색 지하철 의자가 무대에 놓였다. 무대 장치도, 음악도 관객들의 추억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공연은 60년대 서울 무교동 음악감상실 ‘세시봉’ 출신 가수들이 등장하면서 분위기가 달아올랐다. 김세환이 ‘길가에 앉아서’를 부르며 흔들어 놓은 무대에 조영남·송창식·윤형주·이장희가 차례로 올랐다. 조영남이 “민기까지 포함해 우리 다섯 명이 한자리에 모인 건 40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라고 말하자 객석에서 박수가 터졌다.

 이들이 노래를 이어가는 동안 김민기는 불 꺼진 무대 구석에서 가만히 공연을 감상했다. 팔짱을 낀 채 가만히 음악을 듣던 그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트윈폴리오의 ‘하얀 손수건’을 듣고 싶은데….” 70년대 통기타 듀오 트윈폴리오로 인기를 끌었던 윤형주·송창식이 곧장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헤어지자 보내온 그녀의 편지 속에 곱게 접어 함께 부친 하얀 손수건….” 관객들이 익숙한 노랫말을 따라 몸을 좌우로 흔들며 따라 불렀다. 이장희는 김민기에게 건네는 편지를 적어왔다. 중절모를 눌러 쓴 그의 낮은 음색이 객석에 울려퍼졌다.

 “노래 친구 중 막내. 별로 말이 없고 수줍은 듯한 민기. 그의 노랫말과 노래는 독보적인 스타일이었습니다. ‘아침이슬’ 같은 노래의 가사와 멜로디는 충격이었죠…. 저에겐 꿈이 있습니다. 언젠가 민기가 기타를 들고 ‘이 노래 어때’ 하고 다가오기를 말이죠. 민기야, 죽지 마라. 사랑한다.”

 그의 대표곡 ‘나 그대에게 모두 드리리’가 깔리는 가운데 읊은 편지는 그대로 학전 20주년에 바쳐진 듯했다. 이장희는 이어 ‘그건 너’를 열창하며 공연 열기를 끌어올렸다.

 이날 서울 대학로 학전 소극장은 훗날 대중음악사가 또렷이 기억할 사건이 벌어지고 있었다.

정강현 기자 

세시봉 세 사람 명곡 CD 3장에 담았다

요즘 대중음악계에선 ‘세시봉’이 단연 화제다. 지난해 가을 무렵부터 불기 시작한 열풍이 해를 넘겨도 식을 줄 모른다. 1960년대 말 서울 무교동 음악감상실 ‘세시봉’에서 데뷔한 윤형주·송창식·김세환은 추억을 부르는 음악으로 대중의 감성을 어루만지고 있다. 올 초 시작된 이들의 전국 투어 콘서트는 매회 매진 사례를 이어가는 중이다.

 이들 세시봉 삼총사가 공식 앨범 ‘세시봉 친구들’(사진)을 발매했다. 세시봉 열풍 이후 이들의 노래를 엮은 각종 컴필레이션(편집) 음반이 나왔지만, 세 명의 이름을 타이틀로 삼은 공식 음반은 처음이다.

 앨범은 모두 3장으로 구성됐다. CD1 ‘송창식 이야기(21곡)’, CD2 ‘윤형주 이야기(25곡)’, CD3 ‘김세환 이야기(22곡)’ 등 모두 68곡이 수록됐다. ‘담배가게 아가씨(송창식)’ ‘두 개의 작은 별(윤형주)’ ‘목장 길 따라(김세환)’ 등 70~80년대 히트곡이 담겼다. 트윈폴리오(송창식·윤형주) 시절의 인기 팝 번안곡 ‘웨딩케익’ ‘하얀손수건’ 등도 실렸다.

 특히 이번 앨범엔 희귀 녹음본이 담겨 주목을 끈다. 송창식·윤형주가 트윈폴리오로 활동할 당시 녹음했던 정훈희의 ‘안개’와 패티김의 ‘마리아’다. 이 두 곡은 두 사람이 방송용으로 녹음했던 것으로 최근 윤형주의 서재에서 녹음 테이프가 발견돼 음반에 실리게 됐다. 두 사람이 빚어내는 하모니에서 원곡과 사뭇 다른 감성을 느낄 수 있다.

 음반을 제작한 WS엔터테인먼트 하우성 대표는 “이번에 발매된 ‘세시봉 친구들’ 앨범은 여러 음반사에 흩어져 있던 추억의 명곡을 한데 모았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정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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