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수 “금리정책 믿음 아닌 실력으로 펴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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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30일 서울 한국은행 본점에서 열린 중소기업 최고경영자(CEO) 간담회에서 김중수 한은 총재(오른쪽)가 참석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흘 밤낮 술·담배를 하면 죽겠지만, 사흘 밤낮 공부만 하면 죽지 않는다.”

 4월 1일 취임 1주년을 맞는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29일 기자간담회를 했다. 평소 직원들에게 ‘열공’을 강조하는 이유를 묻자 “열심히 일한 것이 체화(embody)되고, 결국 본인에게 도움이 된다”며 이렇게 말했다. 김 총재는 이 자리에서 부총재 등 한은 임원들에게도 ‘당신, 고시 쳤을 때 우수했지, 지금도 우수하냐’고 묻는다며 “매일 9시에 와서 6시에 덜렁덜렁 퇴근하는 사람은 (한은의 과제를) 담당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라면은 양심적이더라”는 말도 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사 시절 야근하는 직원들을 위해 직접 라면을 끓인 경험을 소개하면서다. 그는 “(한 사람이) 두 개는 안 먹더라”며 “매일 오늘 야근을 몇 명 했는지를 아침에 가서 보고 밤 12시에 가서 카운트하며 일하는 훈련을 시켰다”고 했다. 한은 총재실은 요즘도 밤늦게까지 불이 켜져 있을 때가 많다.

 김 총재는 중앙은행의 역할을 ‘외로움을 견뎌야 하는 자리’라고 비유했다. 여기엔 금리 등 거시정책을 펴는 데 따른 비판을 견디는 인내심과 자신들이 하고자 하는 일이 옳다고 판단하기 위한 실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경제를 믿음에 의해서 움직여서는 안 되고 실력에 의해서 움직여야 된다”며 “그러려면 부단하게 실력을 배양해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확신을 가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취임 뒤 가장 아쉬운 점으론 중앙은행의 역할에 대한 시각을 바꾸지 못한 점을 들었다. “글로벌 네트워킹 시대에 통화신용정책만 하는 곳은 우리와 일본·캐나다뿐”이라며 “금융안정과 감독에 대한 기능이 없는 중앙은행은 세계 트렌드에서 벗어난다”고 지적했다. 반면 국제결제은행(BIS) 등 국제기구에서 일하는 한은 직원을 크게 늘리고 직군간 벽을 허무는 조직개편을 한 것은 보람으로 꼽았다.

 김 총재의 1년에 대한 시장의 평은 그리 좋은 편이 아니다. 금리 인상은 번번이 실기하고, 시장과 한은 내부와의 소통보다는 청와대와의 교감에 주력한다는 평도 많다. ‘불통중수’ ‘동결중수’란 별명도 그래서 붙었다.

나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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