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택률 61% 중학교 공민 교과서 “한국이 불법 점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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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일본 문부과학성이 발표한 중학교 사회 교과서의 검정 결과는 우선 ‘독도가 일본땅’이라는 왜곡 주장을 담은 교과서의 숫자와 비율이 크게 늘었다는 점에서 우려된다.

 지난해까지 사회 과목 교과서 23종(지리 6종, 공민 8종, 역사 9종) 중 지리 6종과 공민 4종 등 모두 10종이 독도 영유권 주장을 기술했다. 하지만 올해는 검정을 통과한 사회 교과서 18종(지리 4종, 공민 7종, 역사 7종) 가운데 지리와 공민 교과서 전부가 이런 주장을 담은 것은 물론 역사 교과서 1종까지 독도 영유권 주장을 담았다. 이전까지 독도를 다루지 않았던 역사 부문에서도 이런 주장을 담은 교과서가 나왔다는 점은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그만큼 일본 교과서의 독도 공세가 거세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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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숫자 못지않게 눈여겨봐야 할 것은 표현의 강도다. ‘불법 점거’란 강한 표현이 들어간 게 핵심이다. 이제까지 “다케시마(竹島·독도의 일본 표기)를 한국이 불법 점거하고 있다”고 기술한 교과서는 말 많은 후소샤(扶桑社) 공민교과서 단 하나뿐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4종(지리 1종, 공민 3종)에서 이런 자극적인 표현을 담았다.

 예컨대 일본 중학교 공민 교과서의 점유율 1위(61%)를 차지하는 도쿄서적의 경우 “다케시마가 일본의 고유 영토”라고 기술했던 것을 이번에는 “다케시마는 시마네(島根)현에 속하는 일본 고유의 영토이지만 한국이 불법으로 점거하고 있다”며 ‘한국의 불법 점거’를 부각했다. 지리 과목 점유율 1위(43%)인 교육출판(敎育出版)도 “다케시마는 일본의 고유 영토이며, 1905년 이후 시마네의 일부가 된 섬이나 52년부터 한국 정부가 불법 점거를 계속하고 있다”고 표기했다.

 “한국에 의한 다케시마의 점거는 국제법상 아무런 근거 없이 행하여 불법 점거인 바…”(이쿠호샤), “북방영토와 다케시마를 러시아와 한국이 각각 불법으로 점거하고 있다”(지유샤)와 같은 극우 성향의 교과서야 논외로 치더라도 그동안 합리적 성향을 보여 온 도쿄서적·교육출판이 ‘불법 점거’라고 표기한 건 충격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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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머지 교과서들도 지도에 독도를 일본 영토로 표기한 뒤 배타적경제수역 범위에 포함시키거나(제국서원 지리 교과서, 일본문교출판·교육출판 공민 교과서), 지도 및 독도 사진과 함께 다케시마를 시마네현 소속으로 표기했으며(일본문교출판·교육출판 지리 교과서), ‘일본의 고유 영토이지만 한국이 점령하고 있어 대립이 계속되고 있다’(도쿄서적 지리 교과서)고 기술했다.

 역사 관련 기술은 별로 변하지 않았다. 7종이 통과된 이번 역사 교과서에서 식민사관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임나(任那)일본부와 한국 강제병합, 강제동원 등은 표현의 미세조정이 있었을 뿐 거의 그대로 기술됐다. 일본군의 ‘위안부’ 문제가 모든 교과서에서 빠진 것도 지난번 검정 때와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일부 교과서에서는 10여 쪽에 걸쳐 지역조사의 사례로 한국의 전통문화와 경제발전상을 새롭게 묘사하는 등 약간의 개선도 눈에 띄었다. 점유율 1위인 도쿄서적의 경우 예전에 “조선에서는 창씨개명이 강요됐고 지원병 제도를 실시해 조선인들도 전장에 동원했다”고 돼 있던 부분을 “일본은 식민지와 점령지에서도 혹독한 동원을 했다. (중략) 열악한 조건하에서 가혹한 노동을 강요받았다”는 식으로 일부 표현을 수정했다.

 이날 검정을 통과한 교과서들은 7∼8월 교육위원회에 의해 교과서 채택 여부가 최종 결정되고 내년 4월부터 일선 학교에서 사용될 예정이다.

도쿄=김현기 특파원

중학교 사회 교과서 검정 결과 발표되기까지

◆ 학습지도요령 개정(2008년 3월)

- “북방영토가 일본 고유의 영토라는 사실 등 일본의 영역을 둘러싼 문제도 주지하게끔 할 것.”

◆ 학습지도요령 해설서 개정(2008년 7월)

- “일본과 한국과의 사이에 독도를 둘러싸고 주장에 차이가 있다는 점 등도 언급하고, 북방영토와 마찬가지로 일본의 영토·영역에 관해 이해를 심화시키는 것도 필요하다.”

◆ 교과서 검정 결과 발표(2011년 3월)

- 지리·역사·공민 등 18종 교과서 가운데 12종에서 독도 관련 기술, 일부 “불법 점거” 표현 사용

◆ 일선 학교 교과서 선택(2011년 8월 예정)

◆학습지도요령=문부과학성이 일선 학교에서 가르쳐야 할 내용을 정한 기준. 공사립은 물론 의무교육이 아닌 고등학교에도 적용된다. 문부과학성이 공시하는 법령으로, 법적 구속력이 있다는 게 일반적인 해석이다. 4년에 한 번씩 개정되는 교과서와 달리 학습지도요령은 약 10년 주기로 개정된다. 2008년 3월 나온 초·중학교 학습지도요령은 “일본과 한국과의 사이에 독도를 둘러싸고 주장에 차이가 있는데 학생들에게 일본 영토와 영역에 관한 이해를 심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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