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약과 국익 사이 고뇌 … MB “마음 몹시 무겁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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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

30일 오후 4시 청와대 본관 이명박 대통령의 집무실. 김황식 국무총리가 “동남권 신공항 추진이 어렵게 됐다”고 보고하자 이 대통령은 한동안 가만히 있다가 “마음이 몹시 무겁다”고 말했다 한다. 배석했던 홍상표 청와대 홍보수석은 “대통령이 한 공약을 지키지 못하고 국익 차원에서 이런 어려운 결정을 하면서 (대통령의) 고뇌가 매우 큰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 대통령은 신공항 백지화 결정과 관련해 조만간 직접 입장을 밝힐 예정이라고 한다. ‘대통령이 지역을 찾는다거나 의원 또는 지역단체장들을 만나 설득할 계획이 있느냐’란 기자들의 질문에 홍 수석은 “그런 것까지 포함해 국민과 지역 주민에게 이해를 구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마다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신공항 건설 문제는 2006년 12월 노무현 전 대통령이 검토를 지시함에 따라 관심을 끌었다. 이 대통령은 2007년 대통령 후보 시절 신공항 건립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 대통령은 이듬해 2월 취임했으나 이 문제에 대해선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3년을 보냈다. 그 사이 영남권은 양분됐다. 자존심을 건 싸움이 가열됐고, 갈등도 심화했다. 그런 가운데 이 대통령은 경제 논리를 내세워 백지화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런 그의 결정은 공약과 국익 사이에서 고민한 결과다. 욕먹을 각오로 공약을 버리고 국익을 선택했다 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중앙대 장훈(정치학) 교수는 “이 대통령이 신공항 건설을 백지화한 것은 정치적 비용을 감수하고서라도 경제적 타당성을 택한 것”이라며 “캠페이닝(campaigning·선거운동)과 거버닝(governing·통치행위)에는 차이가 있는데 캠페이닝 과정에서 들어온 합리적이지 못한 주제가 거버닝의 합리성에 의해 걸러진 것”이라고 말했다. 옳은 결정을 했다는 얘기다. 친이명박계이면서도 이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종종 비판해 온 한나라당 김용태 의원도 “여건 변화에 따라 공약을 일부 수정해서 국가 정책으로 만들어나가는 작업은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대통령이 결론을 내기까지 국정운영의 에너지와 예산, 시간을 너무 낭비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정부는 당초 2009년 9월 신공항 입지를 발표하기로 했지만 그 후 발표를 두 차례 연기한 끝에야 ‘없던 일’로 결정했다. 그러는 사이 지역 간 갈등은 커졌고, 대통령에 대한 불신도 높아졌다.

 친이 직계로 분류되는 한나라당의 한 의원은 “이 대통령은 논란이 커지기 전에 신공항 추진 과정에서의 착오와 문제점 등을 진솔하게 국민에게 설명했어야 했다”며 “대통령이 타이밍을 놓쳤고 소통 노력도 부족했다”고 지적했다. 친이계의 또 다른 의원은 “이 대통령은 과학비즈니스벨트 공약과 관련해서도 ‘공약집에는 없다’고 하는 등 공약을 다루는 문제에서 진정성이 부족하다는 인상을 준다”며 “이번 결정과 관련해 이 대통령이 국민을 납득시키지 못하는 한 그는 신뢰의 위기를 맞게 될 것이며, 결과적으론 레임덕(권력누수)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했다.  

신용호·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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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소속기관

생년

[現] 대한민국 대통령(제17대)

1941년

[現] 국무총리실 국무총리(제41대)

1948년

[現] 중앙대학교 정경대학 정치외교학과 교수
[現] 한국정당학회 회장
[現] 중앙대학교 사회과학대학 학장

1962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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