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즉흥적으로 둔 22의 신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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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본선 8강전>
○·구리 9단 ●·이세돌 9단

제2보(16~24)=백△는 가벼운 돌. 그걸 움직이기 전에 16으로 뛰어든 것은 고수라면 이론의 여지가 없는 승부호흡이다. 16은 집도 부수며 왼쪽 흑을 공격하는 급소. 이미 중국식 포진의 실전에서 수없이 등장한 수법이기도 하다. 19에 끼웠을 때 20으로 치받는 수, 그리고 21로 잇는 수 등이 모두 낯익다. 한데 21로 이었을 때 잠시 생각에 잠겼던 구리가 돌연 22로 붙여 왔다. 처음 보는 수다. 검토실의 모니터를 바라보는 젊은 기사들의 눈빛이 갑자기 빛나기 시작했다.

 이 판을 구리 9단과 복기할 기회가 있었는데 22가 연구된 수냐고 묻자 그는 “아니다. 즉흥적으로 두었다”고 말했다. 보통 중국식 포진에서 흑▲는 한 발 먼 A 자리에 놓이게 된다. 그때는 ‘참고도1’처럼 진행된다. 한데 지금은 한 발 좁아 ‘참고도2’처럼 흑의 모양새가 옹색한 반면에 흑4로 뻗는 수는 힘차다. 이게 싫어 방향을 튼 것인데 ‘참고도3’ 흑1로 받아주면 2~6까지 돌파하겠다는 것. 이세돌 9단은 물론 상대 의도대로는 죽어도 해주지 않는 사람. 즉시 23으로 단수했고 백은 24 뻗어 신형이 생겨났다. 구리는 “썩 마음에 들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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