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방사능 패닉 … “원전 해결 사실상 백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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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후쿠시마 제1원전 복구 작업 중인 도쿄전력 협력사 도시바의 기술자들이 지난 24일 제1원전 내부 안전 대기실에 모여 휴식을 취하고 있다. [도시바 제공]


프랑스는 후쿠시마(福島) 원전 문제를 지원해 달라는 일본의 요청에 따라 원전 전문가 2명을 일본에 파견했다고 나탈리 코시우스코 모리제 프랑스 환경장관이 29일 밝혔다. 인력뿐 아니라 원전사고 복구용 로봇도 일본에 지원될 것으로 보인다고 경제 전문 인터넷 신문 부르시에닷컴이 전했다. 르몽드는 "원전업체 아레바가 18일 로봇 지원을 제안했지만 도쿄전력이 이를 거부했었다”며 "일본이 프랑스에 도움을 요청한 것은 사실상 백기를 든 것”이라고 보도했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도 대지진 이후 외국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31일 일본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엘리제궁이 29일 밝혔다. 요미우리 신문은 미국과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 공동 대응하기 위해 ‘연락조정회의’를 열고 산하에 4개 팀을 신설했다고 이날 보도했다.

 일본 정부가 프랑스 등 외국에 손을 내민 것은 심각해져 가는 원전사태를 자력만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제1원전 부지에서 독성이 매우 강한 플루토늄까지 검출되는 등 연료봉 용융이 현실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에다노 유키오(枝野幸男) 관방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 플루토늄이 검출된 것은 연료봉이 일정 부분 녹았음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말했다. 정부 차원에서 처음으로 멜트다운(노심 용융)을 인정한 것이다.

 여기에 원전 인근 잡초에서도 1986년 소련 체르노빌 원전 사고 수준의 세슘이 발견되면서 일본 정부는 ‘패닉’ 상태에 빠졌다. 기타자와 도시미(北澤俊美) 방위상은 이날 “원전 내 고방사능 물을 제거하는 데 필요하다면 자위대를 투입할 수 있다”고 말했다. 도쿄전력은 이날 원전 1~3호기의 터빈실과 외부 배관터널에서 발견된 고방사능 오염수 가 바다 쪽으로 흘러 넘치지 않도록 흙포대를 쌓는 등 오염확산 방지에 전력을 쏟았다.

정현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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