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 요금도 스마트해야 진짜 스마트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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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박혜민
경제부문 기자

엿새 전 방송통신위원회는 ‘스마트폰 가입자 1000만 명 돌파, 스마트 시대 본격 개막’이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냈다. 올해 말까지 스마트폰 가입자가 2000만 명을 넘을 것이라는 전망도 실었다. 보도자료대로라면 조만간 훨씬 더 스마트한 시대가 눈앞에 펼쳐질 것 같다.

 하지만 스마트폰 사용자가 늘어난 만큼 소비자들 권리가 스마트해진 것 같지는 않다. 대표적인 것이 소비자들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가입해야 하는 정액요금제다.

 1000만 스마트폰 가입자의 84%가 정액요금제를 쓰고 있다. 약 800만 명의 소비자가 월 3만5000~9만5000원의 요금을 2년간 빠짐없이 내기로 통신업체와 약속을 하고 스마트폰을 사용한다. 대부분의 소비자에게 이런 요금제는 적잖은 부담이다. 통신업체들은 “우리는 다양한 요금제를 구비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그런 요금제를 선택하지 않을 뿐”이라고 강변한다.

 이를 수긍할 소비자가 얼마나 될까. YMCA시민중계실 한석현 간사는 “정액제에 가입하지 않고는 스마트폰을 쓸 수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대부분의 스마트폰은 80만~90만원의 고가다. 휴대전화 하나에 그 정도 고액을 지불할 사람은 많지 않다. 여기에 제조업체와 통신업체들의 보조금이 투입된다. 정액제 가입을 조건으로 단말기와 요금을 깎아주는 것이다. 비싼 정액제를 선택할수록 단말기 값을 더 많이 깎아준다. 제조업체들은 미국에서는 60만원대에 파는 스마트폰을 국내에선 90만원대에 판다. 그러면서 “국내 상황은 다르다. 보조금과 장려금 등으로 단말기 가격을 지원하고 있으니 소비자들은 거의 공짜에 단말기를 살 수 있다”고 주장한다.

 어쩌다 인터넷 검색을 하고 e-메일 확인 정도 하는 소비자들에겐 월 5만5000원 무제한 데이터요금제가 부담스럽기만 하다. 가격이 40만~50만원대로 떨어진 스마트폰 단말기는 할부로 사고, 자신에게 맞는 1만~2만원대 요금제를 선택할 수 있게 되기를 원하는 소비자가 한둘이 아니다.

 스마트폰은 소비자가 원하는 방식으로 최적화해 쓰는 똑똑한 휴대전화다. 이제는 스마트폰 요금도 소비자가 원하는 방식으로 최적화해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게 진짜 ‘스마트 시대’가 아닐까.

박혜민 경제부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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