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오줌 싸고(?) 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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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9면

대여섯 살쯤 돼 보이는 아이를 데리고 공원에 나온 어머니가 아들에게 “쉬 마렵지? 저기 가서 싸고 와” 한다. 친구들과 걸어가던 학생들 중 하나도 “나 X 싸고 올게. 너희들 좀 기다려” 하고 화장실로 뛰어간다. 살기가 바쁘고 힘들어서일까. 말들이 너무 거칠다.

ㄱ. 동생이 피곤했는지 자다가 이불에 오줌을 쌌다.
ㄴ. 배가 아픈데도 참다가 바지에 X을 싼 적이 있다.
ㄷ. 비둘기가 날아가다가 그의 머리에 X을 쌌다.
ㄹ. 소변이 마려우면 참지 말고 누는 게 건강에 좋다.

‘누다’와 ‘싸다’는 둘 다 용변을 표현하는 단어이지만 차이가 있다. ‘싸다’는 위의 예 ㄱ에서 보는 것처럼 의식하지 못하고 자신도 모르는 새에 배설물을 내보내는 경우나 ㄴ처럼 참지 못해 어쩔 수 없이 배설하게 되는 때에 사용한다. 또 ㄷ처럼 짐승에게 쓰기도 한다. 반면 ㄹ처럼 자신의 의지로 용변을 볼 때는 ‘싸다’가 아니라 ‘누다’를 써야 한다. 이 경우에 “쉬 마렵지? 저기 가서 오줌 싸고 와”처럼 ‘싸다’를 쓰면 저속한 표현이 된다.

김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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