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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에 푹 빠진 사람들 양천구 자전거 여성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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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시샘하는 추위가 가시지 않고 있다. 쌀쌀한 바람에도 불구하고 ‘양천구 자전거 여성회(이하 양천구 자전거회)’의 회원들은 “봄이 왔다”며 즐거워 한다. “겨울에도 자전거를 타는데 뭘. 영하 5도까지는 거뜬해요!”라고 말하는 씩씩한 여성 라이더들이다. 이들 회원이 추천하는 초·중·고급 코스와 알아두면 유용한 양천구 자전거 시설을 소개한다.

자전거 교실에서 뭉친 여성 라이더

 찬 바람에 몸이 움츠러든 22일 오전 10시. 안양천에 있는 신정교 다리 밑에 양천구 자전거회의 회원들이 하나 둘씩 모이기 시작했다. 전문 복장을 갖춰 입은 회원들은 “이 정도 추위쯤이야”라며 보온병에서 커피를 따라 마시며 몸을 풀었다. 양천구 자전거회는 양천구가 지역민을 대상으로 10년째 실시하는 ‘자전거 교육’ 참가 여성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모임이다. 모임은 이제 3년차지만 ‘아줌마’ 라이더들의 자전거 사랑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2년 넘게 모임에서 활동 중인 김종숙(55·목동)씨는 “자전거를 타면 탈수록 자전거 교육을 받기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전했다. 이전에도 자전거를 즐겨 타던 터라 ‘뭐 어려운 게 있겠어’ 싶었지만 막상 교육을 받다보니 달랐다. “혼자 배워 타는 게 아니란 생각이 들더군요. 출발하는 법부터 기아변속, 주행 요령과 매너까지 처음부터 다시 배웠죠.”

 이배현(57·신정동)씨도 교육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다. “우리처럼 장거리 라이딩을 하는 사람들에게 매너가 필수”라는 이씨는“예를 들어 추월은 꼭 왼쪽으로 해야 하는데, 교육을 받지 않으면 오른쪽으로 비집고 들어오기도 해요. 그러면 나도, 다른 사람도 다치게 된다”고 말했다.

라이딩 코스는 실력에 따라 다르게

 양천구 자전거회는 매주 월·화·목요일마다 라이딩을 한다. 화요일과 목요일에는 자전거 교실 고급 수업을 맡은 김선규 강사가 이끈다. 회비는 한 달에 1만원, 인원은 40명 정도다. 화요일엔 왕복 40㎞, 목요일엔 50~60㎞를 자전거로 달린다. 월요일에는 각자 원하는 곳을 다녀오는 자유 라이딩을 한다. 한 달에 1번은 버스를 타고 멀리 가는 자전거 투어를, 1년에 2번은 2박3일로 여행도 다녀온다.

 각자 적게는 1년, 많게는 3년 정도 라이딩을 하다보니 추천 코스도 다양하다. 초급 코스로는 안양천 길을 따라 다녀올 수 있는 안양유원지를 추천했다. 왕복 2시간 정도 걸린다. 안양유원지 위쪽으로는 서울대 산림수목원이 있는데, 안에는 들어가지 못하지만 그 앞에 있는 조각공원이나 나무 그늘 아래서 쉬었다 가기 좋다. 옆으로는 계곡이 흘러 멀리 가지 않고 자연을 즐길 수 있는 코스다.

 안양천 길을 따라 여의도 공원을 돌아오는 코스도 있다. 안양천을 따라 가면 나오는 한강 합수부(안양천과 한강이 만나는 지점)에서 여의도 쪽으로 가면 된다. 잔디밭이나 벤치에서 도시락을 먹고, 공원에서 산책을 즐길 수 있다. 왕복 20㎞ 거리로 역시 초보자에게 알맞다.

 안양천 길은 회원들이 자전거를 즐겨 타는 장소이자 라이딩의 출발지이기도 하다. 자전거를 탄 지 2년째인 이정혜(53·신정동)씨는 “영등포구·양천구·구로구 등 각 지자체들이 신경을 써 가꿔 자전거 타기에 제격”이라 설명했다. 김경숙(56·신정동)씨도 “안양천 길을 달리다보면 계절 변화를 실감한다”고 덧붙였다. 자전거를 타면서 관절염도 낫고 2년 전 갑상선 수술로 생긴 우울증도 사라졌다. 얼마 전 안양유원지 가는 길에 보니 “버들가지가 통통히 물이 올랐더라”는 김씨는 “사소하지만 자전거를 타기 때문에 볼수 있는 풍경”이라며 웃음 지었다.

 누가 봐도 중급 정도 된다면, 마포대교나 성산대교를 건너 월드컵공원에 다녀올 수 있다. 이배현씨는 사람이 많은 주말보다 평일 오전에 다녀올 것을 권했다. 가본 사람만이 아는 공원의 상쾌한 아침 공기를 마음껏 마실 수 있다.

 일산호수공원도 자전거로 3시간이면 된다. 왕복 35~40㎞ 거리로 행주대교를 건너 일산으로 빠지는 코스다. 뚝섬에 있는 생태공원 ‘서울숲’도 중급을 위한 코스로 적당하다. 합수부에서 여의도를 지나 반포로 빠진다. 반포에서 잠수대교의 자전거 길을 따라 강을 건너 다시 잠실 방면으로 가면 된다. 사슴 등 동물이 뛰어노는 것을 볼 수 있고, 물이 흐르는 냇가에 발을 담그고 쉴 수도 있다. 평상도 마련돼 있어 쉬었다 가기 좋다. 왕복 50km 거리로 4시간 정도면 왕복할 수 있다.

# 양천구 자전거족이 알아두면 유용한 정보

1. 자전거 주차장 지하철 9호선 신목동역에 있으며 총 260대 주차(02-2620-3700)가 가능하다. 자전거 수리센터도 있다. 24시간 운영되며 무료다.
2. 기계식 자전거공기주입기 양천구 동주민센터·학교·공원 등 공공시설 22개 지점(02-2620-3700)에 설치돼 있다.
3. 자전거 대여소 목1동 목동청소년회관 옆에 대여소(02-2653-2967)가 있다. 119대 보유. 신분증이나 휴대전화로 본인 확인 후 빌릴 수 있다.
4. 자전거 이동수리센터 동주민센터와 대단지 아파트를 중심으로 정기적으로 운영된다. 기본 수리는 무상이며 부품 교환은 별도 비용이 든다. 문의는 02-2620-3699.
5. 자전거 교실 무료 자전거 교실(02-2620-3418)은 매년 3~11월 월 2회(회당 10일) 운영된다. 신청 접수는 매월 27일부터 선착순으로 한다. 회차별 정원은 40명. 양천구 거주 65세 이하 여성이 대상이며 양천구 홈페이지(www.yangcheon.go.kr)에서 접수하면 된다. 4월 교육은 4~15일, 18~29일이다.

[사진설명] 쌀쌀한 바람에도 불구하고 라이딩을 하기 위해 안양천 길에 모인 ‘양천구 자전거 여성회’ 회원들. 왼쪽부터 이정혜·김종숙·김경숙·이배현씨.

<이세라 기자 slwitch@joongang.co.kr 사진="황정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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